"떠나야할 때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를 1주일 앞두고 천 내정자의 사법연수원 동기(12기)들이 후배들에게 애정어린 이별가를 남기며 정든 검찰 조직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종인(56) 서울동부지검장은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e-pros)'에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하는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를 올리는 것으로 사의 전달을 대신했다.

그는 "사회적 강자라고 해서 교만한 자에게는 법의 권위를 보여 정의를 실현하고 힘없는 민초에게는 법의 사랑과 보호를 베푸는 검찰의 모습을 지켜나가길 기원한다"며 약자와 함께 하는 검찰이 되라고 당부했다.

역시 사의를 표명한 김수민(56) 인천지검장도 `검찰을 떠나며'라는 송사에 검찰 구성원에게 선사하는 응원가로 노래 `젊은 그대'를 함께 올렸다.

그는 "신임 총장의 지명 소식을 접하자마자 물러나기로 마음먹었지만, 일선에 긴 공백을 가져올 수 없어 이제야 짐을 벗게 됐다"고 사의를 전하면서 검찰 발전을 위한 근본으로 단합, 법과 원칙, 정의를 강조했다.

또 "정치적 풍향에 기웃거리거나 두려운 억지에 고개 숙이는 짓은 깨진 유리창이 돼 결국 검찰 혼을 좀먹게 된다"며 "정의의 빛을 늘 골고루 비춰 다투지 않고도 이기는 길을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 내정자의 연수원 동기인 이귀남(58) 법무부 차관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떠날 때가 됐고 떠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