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라면에 이어 팜유로 튀긴 라면도 시장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름 아닌 정부의 '비만 식품' 판매 제한 정책 때문이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 등 라면 업체들이 내년부터 라면 제조용 기름을 팜유에서 다른 식물성 유지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팜유는 야자에서 뽑아낸 기름으로 라면이나 과자 등을 튀기는 데 널리 쓰인다.

농심은 내년부터 팜유가 아닌 해바라기씨유 등 다른 식물성 유지로 튀긴 라면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지 교체 계획이 확정된다면 업계 선두인 농심이 모든 라면에 팜유를 사용한 지난 1979년 이후 30년만에 유지를 바꾸는 셈이다.

다른 라면 업체들도 선두 기업인 농심의 결정을 주시하며 유지를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면 업계가 유지 교체를 검토하는 것은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고열량 저영양 식품이 학교에서 퇴출되는 등 판매 제한 조치가 진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식약청이 시중 유통되는 어린이 기호식품 2천165건을 대상으로 영양 분석을 실시한 결과 컵라면의 89%가 고열량 저영양 식품 즉 '비만 식품'으로 분류됐다.

라면이 고열량저영양식품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1개에 함유된 포화지방 양이 식약청 기준인 4g을 넘기 때문인데, 라면의 포화지방은 대부분 면을 튀기는 데 사용하는 팜유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포화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질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포화지방의 섭취량을 하루 총섭취열량의 10%(성인기준 22g)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팜유 대신 다른 식물성 유지로 교체를 검토해 왔으나 맛의 변화 때문에 대체할 기름의 종류를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기름의 종류를 결정하더라도 갑작스런 맛의 변화를 우려해 신제품부터 순차적으로 교체될 전망이다.

농심 관계자는 "맛과 원가 문제 때문에 갑자기 유지를 전면 교체하기는 어렵다"며 "신제품부터 단계적으로 바꿔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포화지방은 팜유 외에도 삼겹살이나 버터 등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에 더 많이 들어 있다"며 "정부의 변화된 정책에 따라 유지를 교체하는 것인데 소비자들로부터 팜유가 해로운 것처럼 오해를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