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술자리 강요 혐의 구속영장서 제외

경찰이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 자살사건의 핵심 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에 대해 협박, 폭행, 횡령, 도주 혐의만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술 접대 강요 혐의는 김씨의 일관된 부인과 시간적 제약 등으로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에서 제외해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강요죄 공범 혐의로 입건 후 참고인중지하거나 내사중지한 유력인사 9명 대부분이 혐의를 부인한데다 주범격인 김씨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게다가 경찰이 '똑 떨어지는' 혐의로 보았던 강제추행치상의 경우 고소 취하로 영장에서 제외한 데다 김씨가 도주를 제외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사건 수사의 도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영장 발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술자리에 장씨가 스스로 참여했다'며 강요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고 짧은시간(30여시간)내에 확인하기 힘들어 이 부분을 구속영장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김씨 구속 후에 지속적으로 수사하고 김씨 진술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혐의가 입증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참고인중지자와 내사중지자를 출석요구하고 필요하면 참고인과 대질신문도 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4월 강요죄 공범 혐의로 5명을 '입건 후 참고인 중지'하고 4명을 '내사 중지'하면서 주범격인 김씨 검거 이후로 수사를 미뤘다.

그러나 참고인 중지와 내사 중지의 기준도 술자리에 몇 차례(참고인 중지는 3차례 이상, 내사 중지는 1차례) 참석했느냐로 정해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찰도 "술자리에 3차례 이상 참석한 것은 접대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볼 수 있어 일단 참고인 중지했다"면서도 "강요 혐의는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 한 차례라도 범행이 이뤄졌다면 처벌할 수 있다"고 다소 애매한 설명을 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이 추궁하는 술자리와 참석자에 대해 불리한 부분일 경우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져 '혐의가 입증될 수 있는 사항'을 선별하기도 힘들 전망이다.

경찰은 구속영장에서 김씨가 페트병과 손바닥으로 장씨의 머리와 얼굴 부위를 폭행한 혐의(폭행)를 앞세웠지만 김씨는 "페트병으로 툭툭 건드리는 수준이었지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며 혐의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

페트병 폭행은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언급됐지만, 폭행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없고 참고인 진술만 확보된 상황이다.

문자메시지로 협박했다는 혐의의 경우 김씨는 '욕설 수준으로 약올리는 정도'였고 범의(犯意)는 없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영화 출연료를 횡령한 혐의도 나중에 매니저비용 등으로 정산을 했고, 관련 서류도 경찰에 제출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패션모델을 강제 추행해 상처를 입힌 강제추행치상 혐의의 경우 이미 지난 4월 고소가 취하된 데다 검찰이 '(범죄가 성립하려면) 폭행과 억압이 전제돼야 하는데 (입증이) 어렵다'며 범죄사실에서 빼도록 지휘했다.

경찰 입장에서는 김씨 구속에 필요한 가장 확실한 '카드'를 잃은 셈이다.

경찰은 그러나 영장에 제시한 범죄를 입증할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했고 김씨가 일본에 장기간 도피한 것이 구속영장 발부의 가장 큰 판단 기준인 '도주의 우려'를 충족한다며 김씨 구금을 자신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말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김씨를 적법하게 체포했다가 방심한 사이 놓친 '치부'까지 공개해가며 영장을 받아낼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 도피에 대해 김씨는 "언론 보도로 이름이 거명되며 심적 부담이 돼 상황을 지켜봤고, 검거 전에도 변호인과 귀국 절차에 대해 협의 중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연합뉴스) 최찬흥 김동규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