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이 구직 절차 가운데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뭘까. 최근 한 취업정보업체 조사에서 의외로 면접보다 자기소개서 작성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기소개서는 정답이 따로 없다는 점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고심하다 보면 왠지 특별한 내용을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시달리거나 멋진 문구를 적어 넣어야 한다는 초조함에 빠지곤 한다. 그러다 보면 인터넷을 뒤져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을 찾아 베끼거나 심지어 자기소개서 대행 업체에 맡기기도 한다. 김소영 인크루트 선임컨설턴트는 "인터넷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자칫 불합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자기소개서 작성에 왕도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원칙과 피해야 할 금기는 있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와 각 대학 등에서 수년째 자기소개 전략을 설파하고 있는 김 컨설턴트가 자기소개서 작성 비기(秘技)를 2주에 걸쳐 공개한다.

◆1 · 1 · 2 · 4 · 2 법칙을 써라

자기소개서에 들어가는 내용은 성장과정,성격,특별한 능력,생활신조,지원동기,장래 희망이나 포부 등이다. 이들 내용은 기본적으로 1 · 1 · 2 · 4 · 2 법칙에 따라 작성하는 게 좋다. 전체를 10으로 놓고 봤을 때 성장과정의 중요도와 성격의 장 · 단점이 각각 1,학교생활 2,지원동기 4,입사 후 포부 2 정도로 배분하는 형태다.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은 바로 입사 동기다. '왜 이 회사에 들어가려고 하는지''왜 이 직종을 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적고 그렇게 하기 위해 학창시절에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밝힌다. 입사 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까지 일관성 있게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 당위성을 설득하라

자기소개서는 자기를 그저 소개하는 설명문이 아니다. 자신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내세워 회사를 설득해야 한다. 회사가 자신을 채용함으로써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충분히 알려야 하는 것이다. 설득 방향은 기업의 이윤 창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자신의 기본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수익,아이디어,가치 등 어떤 형태로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과거 경험 등의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주면 효과적이다.

◆첫 문장은 광고카피처럼

인사담당자가 자기소개서를 읽는 시간은 짧다. 구직자의 자기소개서를 읽는 시간은 1분도 안 된다는 기업이 40%에 육박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자기소개서는 인사담당자와의 첫 대면이다. 따라서 첫 문장은 첫 인상이다. 무엇보다 인사담당자가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문구로 첫 문장을 시작해야 한다. '저는 공기 맑고 산세 좋은 ○○에서 ○남○녀 중 ○째로 태어났습니다'라는 식의 문구는 식상하다. 인사담당자에게 지원자의 태생은 그저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자신의 능력과 특성을 대변할 수 있는 광고성 문구로 첫 문장을 시작해야만 인사담당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열심히''최선을 다해''엄격하지만 자상한 부모님 아래서''준비된 인재' 등 식상한 표현도 취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문화를 녹여 넣어라

이력서가 개인의 객관적인 업무능력이나 조건을 설명한다면 자기소개서는 인성이나 성격 등을 보여준다. 따라서 각 기업 웹 사이트의 인재상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기업문화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자기소개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성실성과 근면성을 중요시 여기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인재를 뽑으려는 기업이 있다. 기업문화는 직종이나 업종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회사 홈페이지,채용공고,광고,신문기사 등 최대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해당기업 CEO(최고경영자) 인터뷰는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공허한 얘기는 과감히 빼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미사여구를 동원해 자신을 추상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온갖 좋은 얘기를 늘어놓아도 구체적이지 못하면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기술해야 효과적이다. 과대포장도 곧 드러난다. 면접이 점점 심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에 비춰 이는 곧 일관성 결여로 드러난다. 거짓말쟁이를 채용할 기업은 없다. 취업족보나 면접가이드북에 나오는 획일적인 모범답안도 피해야 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