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935명의 정원을 태우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드는 전기료는 108만원이다. 만약 이 935명이 4명씩 승용차로 움직이면 통행료와 기름값까지 포함해 2100만원 정도 소요된다. 자동차가 철도보다 20배 비싼 셈이다. 철도의 수송분담률을 1%만 높여도 한 해 6000억원의 에너지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 비용이 줄어든다. 기차는 안전하고 정확할 뿐만 아니라 이처럼 환경친화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녹색성장이 화두로 부상하고 이와 동시에 철도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는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철도가 장점을 발휘한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2013년부터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녹색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철도를 재조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오랜 세월 철도에 대한 투자가 미흡했던 것을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속도로 인프라는 1961년 대비 4배 증가한 반면 철도 인프라는 1.1배로 사실상 그대로이다. 이에 따라 1961년 53%에 달했던 철도의 여객수송 분담률은 7.8%로,화물수송 분담률은 88%에서 6.2%로 각각 떨어졌다. 심각한 수준이다. 2~3년 안에 각각 20%,1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이를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사실 철도는 공익적인 기능을 많이 수행하고 있다. 이용객이 적어 적자가 나더라도 벽지노선을 유지한다.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약자에게는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이러한 공익적 기능을 위해 정부에서 일정 부분 보상해 주고 있다. PSO(Public Service Obligation)보상이 그것인데 PSO 발생액에 비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한 금액이 매년 약 1000억원에 달한다. 정부 소유의 선로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운송수익의 20% 이상인 약 6000억원을 선로사용료로 내는데 이것 역시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물론 경영합리화 등 우리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공기업 최대 규모인 5115명의 인력감축 계획을 이미 확정했다. 문제는 노조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정부나 국민이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장보다 월급을 더 받는 조합원도 많다. 허리띠를 함께 졸라매도 부족한 실정인 데도 법을 빙자한 '빙법태업'을 하는 것을 보면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철도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은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여름휴가 때 자동차를 집에 두고 철도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철도를 많이 이용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