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이후 1210명에서 동결됐던 약학대학 정원이 29년 만인 2011학년도부터 1600명으로 390명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정원을 확보하려는 대학 간 기세 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대한약사회,제약협회 등과 협의를 거쳐 국내 대학들의 약대 정원을 390명 늘리기로 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제약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약대 6년제(학부 2년+약대 4년) 시행으로 2009~2010학년도 약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게 되면서 일시적인 약사인력 부족이 우려됨에 따라 이같이 정원을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정원은 그동안 약대가 없었던 대구 인천 경남 전남 충남 등 5개 시 · 도에 각각 50명씩 우선 배정돼 이들 지역에서 약학과 신설이 가능해졌다. 또 약사가 부족한 경기(100명) 부산(20명) 대전(10명) 강원(10명)에 잔여 정원이 배정된다.

약대 정원 증원이 결정됨에 따라 그동안 약대 신설을 추진하던 경북대 대구대 한양대 을지대 등 대학들의 정원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송도캠퍼스(인천)에 약대 신설을 추진하던 연세대는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의대가 있는 안암캠퍼스에 약대 신설을 추진했던 고려대는 낙담하고 있으며,세종캠퍼스(충남 조치원)에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반면 전국 20개 약대로 구성된 한국약학대학협의회(약대협)는 기존 약대의 증원 규모가 모두 합쳐 140명에 불과하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약대협은 이날 서울대 약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시간부로 지금껏 진행해 온 약대 6년제 학제 변경 관련 절차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약대협은 또 약학대학 입문자격 시험(PEET) 홈페이지(http;//kpeet.or.kr/)를 폐쇄하기로 했다.

약대협은 "약대 6년제를 시행하려면 교수 충원 · 시설 확충 등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한데 입학정원을 묶어놓으면 정상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방에 새로 신설될 약대 역시 입학정원 50명 이하의 소규모인 탓에 이번 조정안은 결국 부실한 약대를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약대협은 덧붙였다. 약대협은 "약대 6년제 시행에 따라 2009~2010년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게 된 데 따른 결손분 420명을 2011학년도에 기존 대학에 우선 배정하고 이후 약대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약대협의 반발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약대 6년제 개편 방안이 고지된 상황에서 관련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교과부는 대학들의 신청을 받아 연말까지 신설 혹은 증원 정원을 배분한다는 방침이다.

김일규/서욱진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