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교습 금지法' 재논의...심야반 폐쇄 잇따라
"효과 크다" vs "부작용 초래" 엇갈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줄 알았던 `학원 심야교습 금지' 방안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논의되면서 학원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학원들은 `학파라치 제도'로 불리는 불법영업 신고포상금제 등 각종 사교육 대책이 나온 데 이어 심야교습 금지 법률까지 제정된다면 사교육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심야수업이 금지되자 새벽반 등 다른 형태의 교습이 기승을 부렸던 전례를 볼 때 교습시간 제한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서민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공교육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는 불법 사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긴급 단속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나돈 25일 밤 `사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200개가 넘는 학원이 밀집한 이 거리는 일부 자정을 넘겨서까지 학원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마중나온 학부모의 차들로 붐볐겠지만, 단속 첫 날인 24일에 이어 이날도 한산했다.

A학원 이모 원장은 "보통 자정 무렵까지도 학부모 차들로 북새통이 일어나는 곳인데 최근 학원들이 단속 때문에 심야수업을 잇달아 폐쇄해 거리가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다"라고 말했다.

근처 다른 학원에서 공부하던 학생 30여 명은 밤 10시가 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이 학원 원장은 "평소 같으면 한참 수업이 진행될 시간이지만 최근 교육청의 단속이 심해졌다는 소문을 듣고 일찍 수업을 마친 것이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논술학원도 20여 명의 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진행하다 오후 10시 급하게 수업을 끝냈다.

강남교육청은 지난 24일 8개 학원을 `밤 10시 이후 심야교습 금지'를 규정한 서울시 조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단속한 데 이어 이날도 단속반원을 대거 투입해 4곳을 적발했다.

국어학원 강모 원장은 "정부가 강하게 단속한다면 학원 매출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것 같아 주변 학원들이 긴장하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조례인 `학원 심야교습 금지' 규정을 강력한 처벌조항이 포함된 법률로 만들 경우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학원장도 있었다.

학원들은 심야교습 제재가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실제 학원가에는 심야교습 단속이 심해지자 학생들을 관광버스에 태워 심야교습을 허용하는 수도권 외곽으로 자리를 옮겨 수업하는 곳이 등장했다는 소문도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심야교습을 규제하는 방안이 몇 차례 시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학생들이 더 피곤해하는 새벽반이나 주말 심화학습반이 성행하는 등의 역효과만 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학생들은 심야수업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대체로 환영했다.

세 명의 중고교생 딸을 키우는 이모(45) 씨는 "시험이 코앞인데 내 아이들만 집에 있으라고 할 수 없어서 내보내고는 있지만, 매일 밤늦게까지 학원수업에 시달리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심야수업이 법으로 금지된다면 자식들의 학습 부담이 다소 덜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입시병에 대한 근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교생 길모(17) 양은 "심야교습을 없애는 것은 좋지만 사교육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건 아니어서 오히려 토·일요일 내내 보충수업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특목고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안홍석 기자 jslee@yna.co.kr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