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도 의왕시 집무실에서 만난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63 · 사진)의 얼굴은 밝았다. 지난 19일 발표된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100개 공기업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직원 평균 연봉이 2200만~2300만원으로 전체 공기업 가운데 최하위권인 농어촌공사가 대형 공기업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비결은 뭘까.

홍 사장은 "무사안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공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이란 곳이 아무래도 소극적이지 않습니까. 맡은 일을 소홀히 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죠.농어촌공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홍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하자마자 '공기업'의 틀에 안주하고 있던 농어촌공사를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취임 직후 3개월간 노조를 설득한 끝에 2011년까지 844명의 '고참' 직원들을 감축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섰다. "농어촌공사의 1년 예산 중 97~98%가량이 정부사업 대행이고 자체 수익사업은 2% 남짓에 불과합니다.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야 농어촌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돈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죠." 그는 국회의원 시절 쌓았던 인맥을 총동원해 신규 수익사업 확보에 매진했다. 그 결과 새만금 산업단지 개발사업,충남 당진의 도비도 농촌휴양단지 개발사업 등 굵직한 국책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다.

최근엔 다른 공기업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인사개혁안도 내놨다. 전직 사장과 노조위원장 등 7명이 인사비리로 구속되는 불미스런 일이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공기업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노조의 인사 · 경영 간섭을 제한하고 1급 고위직 인사심사위원회를 시민단체,평직원 등으로 구성하는 쇄신책을 마련했다.

홍 사장은 농어촌공사의 다음 목표를 '잘 사는 농어촌 만들기'로 정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전국 1만7000개 저수지 주변을 관광 · 휴양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껏해야 낚시터로 이용되는 저수지 주변에 지역특산물 장터와 테마공원,역사공원 등을 만들어 도시민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7월2일부터 5일까지는 서울 양재동에서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도 열기로 했다. 도시민들에게 휴가를 즐길 만한 전국 100개의 체험마을을 소개해 농어촌 소득을 높이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다.

"농어촌공사의 미래 모습이요? 4대강 살리기 사업,저탄소 녹색성장 등 국책사업은 물론 수출농업의 기반을 닦는 1등 공기업이 될 겁니다. " 홍 사장이 밝히는 포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