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산하 최대 핵심사업장인 현대자동차지부가 윤해모 현대차지부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갈등 양상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윤 지부장이 25일 자신의 사퇴 결정에 비판적이었던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소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윤 지부장은 이날 고소장을 통해 정 위원장이 22일 울산에서 지부장 사퇴 이후의 현대차지부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정부나 회사 등의 압력에 의해 사퇴하게 됐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를 이끄는 정 위원장은 당시 회견에서 윤 지부장의 사퇴를 조합원을 기만하는 행위로 비판하며 이미 연초에 6월 사퇴설을 노동부 관계자에게 들었고 이것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노조의 단순한 결정인지 아니면 큰 힘이 작동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조가 국가권력이 작용하고 있는 그런 조직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의 기자회견 일정은 현대차지부의 공보부장이 뒤늦게 확인할 정도여서 서로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지부장은 당시 회견의 주제와 상관없이 자신의 사퇴를 놓고 정 위원장이 사실과 다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적잖은 불만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지부장은 비록 정 위원장이 상급노조의 수장이지만 이미 지부장을 사퇴하고 현장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자신을 상대로 근거 없는 억측으로 사퇴의 본질을 왜곡, 지부장 개인뿐 아니라 현대차지부의 명예도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해 고소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노조 안팎에서는 지부장이 물러나는 마당에 상급노조와 산하 지부의 노노 갈등으로까지 번질 정도로 일을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부장 개인으로서는 임금 및 단체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차지부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고심 끝에 내린 사퇴결정을 두고 사실과 다른 소문이 난무할 경우 노조 내의 분열마저 우려되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같은 현대차지부의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민주현장(정 위원장)과 민주투쟁위원회(윤 지부장)이라는 다른 현장노동조직 소속이라는 점이 경쟁과 갈등의 단초가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현대차지부장 사퇴와 고소사태로 인해 금속노조의 핵심사업장인 현대차지부의 경우 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공백인데다 상급노조와의 노노갈등 마저 예상되는 위기국면에 처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투쟁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