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이뤄져 피해가 발생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관행으로 인정돼온 법원의 변칙적인 강제집행에 제동을 건 첫 판결로,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민사집행 관련 제도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홍기태 부장판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빌라의 유치권을 양도받아 거주하던 이모씨가 "사전 고지없이 이뤄진 사법당국의 명도집행으로 유치권을 상실해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사집행법상 통상의 강제집행과 달리 채무자의 승계인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경우 부당한 집행을 막기 위해 사전에 집행문을 송달해 불복할 방법을 취할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보장하지 않은 집행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법한 승계집행으로 원고가 적법하게 취득한 빌라에 대한 점유와 유치권을 상실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국가가 그로 인한 손해를 전액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치권(留置權)이란 물건(유가증권)을 점유한 사람이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을 자기 지배하에 둘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씨는 2006년 12월 공사대금 미납건으로 분쟁 중인 반포동 빌라의 유치권을 하청업체에서 양도받은 뒤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하면서 소송을 통해 공사대금 일부(7억원)를 지급받을 권리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공사를 주관한 원청업체가 건축주를 대신해 낸 빌라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뒤 법원 집행관들을 통해 빌라에 대한 강제 인도집행을 하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