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식물인간 할머니 호흡기 제거

"엄마,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하늘에 가서 아버지도 만나고..행복하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의 존엄사가 시행된 23일 세브란스병원의 병실에는 가족들의 흐느낌만이 가득했다.

병원 측은 대법원에서 존엄사 인정 판결을 받은 김모(77.여)씨를 오전 9시께 9층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낼 15층 1인실로 옮겼다.

김씨는 유동식 공급 호스와 기계와 연결된 호흡기를 각각 코와 입에 끼고 얇은 이불을 목까지 덮은 상태로 병실 침대에 누운 상태였다.

딸, 사위 등 가족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순간 김씨의 발이 조금 움직였다.

딸은 어머니의 발을 계속 주무르며 애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오전 9시50께 가족과 의료진,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종 예배가 시작되자 가족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끊임없이 닦아냈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김씨 옆에 서서 `어머님의 은혜'를 울면서 불렀다.

예배가 끝나고 "호흡기를 떼어내겠습니다"고 말한 주치의는 10시24분께 김씨의 입과 코에 연결된 호흡기ㆍ호스를 떼어낸 뒤 호흡기 등에 연결된 기계의 전원을 껐다.

김씨가 사망하면 시신은 부검 절차를 거쳐 세브란스 병원 영안실에 안치될 예정이다.

부검을 하는 것은 김 할머니의 가족 측이 의료진의 과실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면서 지난 3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2월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자녀들은 기계장치로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