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이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性)과 관련된 언행으로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말한다. 20여년 전부터 사회문제가 되기 시작해 요즘은 상당히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성희롱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직장인 중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시장조사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직장인 5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8%가 '직간접적으로 성희롱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직접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사람도 24.2%에 달했다. 직장인 4명 중 2명은 직간접으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했으며,이 중 1명은 직접 성희롱의 희생양이 된 적이 있는 셈이다.

이들이 경험하거나 목격한 성희롱 중 가장 많은 것은 '야한 농담 등 언어적 성희롱'으로 전체의 45.9%를 차지했다. '신체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눈빛 등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꼽은 사람도 24%에 달했다. '손을 잡거나 가슴을 만지는 등 신체적 성희롱'도 23.5%를 기록했다. '성폭행 미수 수준'과 '성폭행 수준'이었다는 사람은 각각 1.5%로 나타났다. 이로 미뤄 직장에서 이뤄지는 성희롱은 언어적인 것이 대부분이지만 신체적 접촉에 의한 성희롱도 완전히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발생한 장소로는 사무실(37.0%)이 가장 많았다. 술집과 노래방도 각각 28.4%와 22.7%를 차지했다. 사무실에서는 언어적 성희롱이,회식 장소에서는 신체적 성희롱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성희롱의 가해자와 피해자 간 관계는 상사와 부하가 59.7%로 절반을 넘었다. 직장 동료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람도 26.1%를 기록했다.

성희롱(성폭력) 근절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직장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규정한 지침이 있는 회사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조사 대상의 51.0%가 회사에 성희롱 관련 규정이 없다고 응답했다. 자신이 성희롱 피해자가 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상대방과의 관계를 고려해 다르게 대응한다'가 54.3%로 가장 많았다. '따끔하게 문제를 삼는다'는 응답은 38.3%를 기록했다. '가급적 조용히 덮고 넘어가겠다'는 사람은 7.3%로 적었다. 직장인 대부분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문제 삼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