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예비 법조인들의 '로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과거 판사로 몰렸던 사법연수원이나 군법무관 성적 상위권자들이 로펌에 몰리면서 법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연수원은 올해부터 1년차 연수원생들의 성적 순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성적 좋은 연수원생이 2년차에는 공부를 소홀히 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수원 측 설명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1년차 연수원생들의 성적이 공개되면 로펌들이 상위권 학생들을 입도선매하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는 의도가 상당 부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연수원은 법원 산하여서 성적 상위권 연수생들이 판사 대신 로펌에 몰리는 것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 상위권 연수생들의 로펌행은 두드러지고 있다. 연수원 36기로 2007년 수석 졸업 후 군법무관으로 복무 중인 한 예비 법조인은 내년 제대와 함께 법무법인 광장에 들어가기로 협의를 마쳤다. 36기 출신 군법무관 중 연수원 성적 상위 10위권 내는 6명으로,이 중 2명은 광장,2명은 김앤장으로 진로를 정했고 나머지 2명만 법원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연수원을 졸업한 38기도 공동수석 2명 중 한 명은 법원을 택했지만 다른 한 명은 태평양으로 결정했다. 사법연수원 연수원생은 "과거엔 성적 상위권은 무조건 법원행이 정석이었는데 최근 들어 로펌이 갈수록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펌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명패'보다 경제적 이익을 좇는 경향이 커지는데다 과거처럼 사법시험이나 연수원 성적이 법원에서 '출세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법원 내에서 판결 실적에 대해 순위를 매기다시피 하면서 연수원 성적이 승진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전했다.

로펌들이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경쟁적으로 몸집불리기에 나서면서 우수 인재 영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상위권 로펌의 인크루트 담당 변호사는 "성적 좋은 군법무관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로펌들이 펼치는 로비는 상상하는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 로펌에 선발되기 위한 사법연수원생들의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판검사 임용과 대형 로펌 취직 안정권인 300~400위 안에 들기 위해 소리 없는 성적 올리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2인 1실인 기숙사 대신 사법연수원 주변의 원룸과 독서실이 만원이고,법원 · 검찰 시보로 나가있는 몇개월 동안 자리를 잃을까봐 3~4개월치 이용료를 내고 독서실 자리를 독점하는 풍경도 벌어진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