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은 지자체 '미지근' 3년째 답보

STX그룹 選船투자의 두 모습


최근 STX그룹의 중국 내 생산거점인 STX다롄생산기지가 크게 술렁거렸다. 중국 내 서열 4위인 자칭린 정치협상회의 주석(사진)이 갑자기 방문했기 때문이다. STX다롄을 방문한 중국 관료 중 최고위 인사다. 그는 현지 선박건조 단지와 2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봤다. 특히 550만㎡ 부지에 기초소재부터 엔진,선박,해양플랜트 등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생산 경쟁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자칭린 주석은 "STX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와 랴오닝성 다롄시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모든 생산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선산업 육성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STX의 다롄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본격 가동된 STX다롄은 연간 24척(2012년 이후 연간 180척)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대규모 조선소다. 투자액만 총 15억달러.현지 고용 인력은 2만여명에 달한다. 올해 말에는 2단지 생산기지 건설 사업도 마무리된다. 중국 정부는 STX다롄을 위해 그동안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6년 STX와 투자합의서에 서명한 후 1개월 만에 영업허가증을 뚝딱 발급할 정도로 모든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2007년 3월 착공을 앞두고 공장부지 준설 및 매립 작업도 중국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2년여 만에 인구 5만명에 불과했던 허허벌판의 시골 동네가 한국 조선산업의 메카인 거제도처럼 탈바꿈했다.

그러나 STX가 국내 생산기지 후보로 여겼던 마산 수정만 지구의 사정은 이와 정반대다. 2006년 초 마산시는 STX에 조선기자재 공장을 수정만에 지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를 흔쾌히 승낙했던 STX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친 것.이후 STX는 3년 넘게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수정만에 STX 공장이 들어서면 최대 5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인근 지역에 미치는 경제 유발 효과도 연간 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반대 기류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도 미지근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아직도 '마산 수정만 투자 프로젝트'를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3년 이상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섭섭함 때문이다. 강 회장은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어코 "마산 수정만 투자는 사실상 포기했다"고 말했다. 내내 도움을 주지 못하던 마산시는 부랴부랴 지난 12일 STX중공업에 강 회장의 발언이 사실인지를 묻는 공문까지 보냈다. STX중공업은 "아직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앞으로 수정만 내 조선기자재 공장 건설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은 아직도 공장을 둘러싼 폭 15m의 숲을 조성해 달라는 등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계속 내놓고 있다"며 "마산 주민들이 이미 기회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