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이정일씨, 개량사업으로 국내 최고 씨암소 생산


한 마리에 3천만원을 호가하는 한우를 키우며 부농을 꿈꾸는 축산농가가 있다.

주인공은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서 '억대농장'을 운영하는 이정일(48)씨.
190마리의 한우가 있는 이씨의 농장은 겉보기에는 여느 축산농장과 다를 바 없지만,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고가의 한우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싼 한우는 올해 8살이 된 암소 '하늘이'.
이씨가 축산업을 시작한 1980년부터 5대에 걸친 개량사업을 해 얻은 하늘이는 최고의 유전형질을 가진 씨암소이다.

이씨는 하늘이에게서 생산된 난자로 연간 30여개의 수정란을 만든 뒤 대리모 역할을 하는 다른 암소에 이식해 20마리 안팎의 송아지를 얻는다.

이렇게 생산된 송아지는 다 자란 수컷 거세우를 기준으로 볼 때 체중이 보통 수소보다 200kg 이상 더 나가는 1t 안팎에 달하고 최고급육 생산비율도 20%포인트 가량 높아 마리당 200만원 이상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연간 20마리의 송아지를 생산하는 만큼 4천만원 이상 높은 소득을 올리는 셈이다.

하늘이는 앞으로 4-5년은 더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는 데다 자신이 낳은 2세 암송아지가 새로운 씨암소가 될 수도 부르는 것이 값일 만큼 비싸다.

실제 이런 가치를 알아보고 3천만원 이상을 주겠다며 팔라는 자치단체와 농장이 여럿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3천만원은 450만원 안팎인 보통 암소에 비해 6배 이상 비싼 것으로 국내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씨는 "하늘이는 가업을 잇겠다는 딸(18)의 이름을 따서 지었을 만큼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며 "아무리 비싼 값을 치러준다고 해도 팔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씨의 농장에는 조만간 4천만-5천만원을 호가하는 씨암소도 나올 전망이다.

하늘이가 낳은 7마리의 암소가 씨암소로서의 자질을 검증받고 있는데, 한 단계 추가 개량을 했기 때문에 형질이 더 우수한 개체가 여러 마리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씨는 선진국을 견학하다 개량사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숱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매진한 덕에 신지식인에 뽑히고 국립 축산과학원과 공동으로 한우 육종사업에 참여할 만큼 기술력과 열정을 인정받았다.

이씨는 "개방화 시대에 축산농가의 소득을 올리려면 끊임없는 개량으로 최고 형질의 소를 생산해내야 한다"며 "축산 선진국에 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씨암소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임실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doin1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