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피랍 당일 다른 납치사건 인질 24명 풀려나
1991년 이후 외국인 300여명 피랍..대부분 무사히 석방

한국인 여교사를 포함, 외국인 9명이 예멘에서 시아파 반군단체에 납치된 것으로 14일 확인됨에 따라 예멘 당국과 한국 정부 등이 이들을 안전하게 석방시키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예멘 북부 사다 주(州)에서 일어난 이번 납치 사건은 공교롭게도 현지인과 외국인 의사 24명이 같은 주에서 한 무장 부족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지난 12일 또다시 발생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병원에서 일하던 이들 의료진 등은 부족 원로들의 중재로 납치 하루만에 무사히 석방됐다.

무장부족은 이들의 석방을 대가로 예멘의 수도 사나에 수감된 동료 부족원 2명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달여 전인 지난 3월 31일에는 네덜란드인 부부가 사나 남부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무장한 부족원들에게 납치돼 험준한 산악지대로 끌려갔다가 2주만에 무사히 귀환했다.

예멘 당국은 해당 부족의 중재인을 통해 납치범들과 이들 부부의 석방 협상을 벌여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납치를 주도한 알리 나세르 알-시라지 부족장은 이들 부부의 석방 조건으로 1년 전 한 검문소에서 자신과 부족원들이 총격을 받은 데 대한 피해 보상과 수감 부족원 석방을 요구했었다.

알-시라지 부족장은 지난해 4월 추종자들과 함께 사나와 동부 도시인 마그립 사이 도로를 지날 때 한 검문소에서 보안당국의 총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여러 명의 부족원들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에서는 중앙정부에 도로건설이나 일자리 등을 요구하거나 구속된 동료의 석방을 목적으로 지방 부족이나 반군세력이 외국인을 납치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 18일에도 독일인 석유전문가 2명이 예멘 동남부 샤브와 주(州)에서 납치됐다가 이틀만에 풀려났고, 이보다 보름 전인 같은달 3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인 관광객 3명이 남부 아비얀 주(州)에서 납치됐으나 역시 하루만에 석방됐다.

이들 두 건의 개별적 납치 사건에서 범인들은 수감된 동료들과의 맞교환을 요구했다.

시아파 반군과 무장 부족의 활동으로 치안이 불안한 예멘에서는 1991년 이후 3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납치됐으나 대부분 부족장이나 부족 원로의 중재로 아무런 해를 입지 않고 귀가했다.

예멘의 한 관리는 이번 납치 사건과 관련, "인질이 평화적으로 풀려날 수 있도록 보안당국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dpa 통신에 말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주 예멘 대사관이 현재 일행의 소재 파악과 신변 안전을 위해 독일, 영국, 예멘 정부와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