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성 엄모(34)씨를 포함, 외국인 9명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피랍된 것으로 14일 현지 정부에 의해 확인된 예멘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예멘의 지방 부족들은 중앙 정부에 사회 기반 시설을 건설해줄 것과 일자리 창출 등을 요구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외국인 납치나 시설물 파괴를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예멘에서는 자기 방어 목적의 총기 소유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는데, 이는 총기사고 빈발로 이어져 지난 4년간 발생한 4만5천여건의 범죄 중 절반 이상이 총기 범죄로 분류될 정도다.

국제 무기조사 기관인 '스몰암스 서베이(Small Arms Survey)'는 예멘 국민들이 보유한 총기의 수가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총 1천700만정, 성인 1명당 평균 3정 꼴에 이른다면서 예멘을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나라'로 분류하기도 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분류될 만큼 국민들의 생활이 안정되지 못한 데다 정정 불안으로 인한 치안 부재까지 계속되면서, 예멘에서의 외국인 피랍.피격 건수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월에는 예멘 고대 유적지 시밤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4명이 폭탄테러로 희생됐으며, 1998년 1월에는 주 예멘 한국대사관의 한 외교관 부인과 3살난 딸이 교민 1명과 함께 무장괴한에 납치됐다가 며칠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또 지난 2005년 12월에는 위르겐 흐로보크 전 독일 외무차관 일가족 5명이 알-압둘라 부족 출신 무장세력에 피랍됐다 풀려났으며, 2008년 1월에도 벨기에인 관광객 2명과 예멘인 운전기사가 무장괴한의 총격에 희생되는 등 예멘에서의 외국인 피랍.피격 사례는 무수히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접한 예멘은 북예멘과 공산주의 국가인 남예멘으로 23년간 분단국가를 유지하다가 1990년 5월 전격적으로 통일됐다.

1980년대 중반 발견된 남북 예멘 국경지대의 유전 공동 개발이 통일의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통일 이후에도 1994년 남예멘 공산당 출신 정치인들이 아덴을 중심으로 다시 예멘 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가 두 달만에 무력으로 진압되는 등 남북갈등과 정국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도 아덴, 타이즈, 무칼라 등 예멘 남부 주민들은 예멘 중앙정부의 차별적인 대우에 불만을 품고 건물 파괴, 약탈, 도로파손 등을 포함해 지속적인 시위를 벌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의 본거지인 예멘 남부 지역에서 분리주의 운동이 횡행, 유혈시위와 폭력 사태가 계속되고 있으며, 북부에서는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공격이 더욱 자주 일어나고 있다.

또 미 국방부와 백악관, 중앙정보국(CIA)은 테러 단체들 사이의 통신 내역을 감시한 결과 예멘 및 소말리아 지역 반군 사이의 교전이 잦아졌다면서 예멘이 '제 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왔다.

무장단체의 소굴이던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에 대한 미군 공격이 강화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테러 세력들이 예멘을 새 근거지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인 여성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사다 지역 역시 지난 2004년부터 정부군과 알-후시 반군간 충돌이 이어진 곳으로, 주 예멘 한국대사관이 특히 주의해야 할 곳 1순위로 꼽은 '위험 지역'이다.

한국 정부는 예멘의 치안 불안을 감안, 예멘을 여행 제한지역으로 설정하고 국민이 예멘 여행을 자제토록 권고해 왔다.

(서울=연합뉴스)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