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도 못받는 파면 국민이 용납하겠나"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비판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려 광주지방국세청으로부터 파면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나주세무서 김동일(47.6급)씨는 "게시판 글을 빌미로 파면, 연금도 받지 못하도록 처벌하는 것이 국민에게 용납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김씨는 "이번 처사는 너무 가혹한 것으로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거기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 파면 결정이 났다고 하는데 통보는 받았나.

▲아직 통보를 받지 못했다.

수차례 전화로 확인하려 했는데 15-16일께 서면으로 통보하겠다고 했다.

-- 파면이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인데 심정은.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은 잘못된 부분과 의혹을 스스로 나서서 국민에게 밝히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인데 그걸로 파면 처분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자체가 너무 서글프다.

-- 지난 12일 징계위원회에서는 어떤 질문이 오갔나.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실밖에 없고 유출된 것은 모르고 있었는데 유출을 가정하고 글을 쓴 것으로 유도 심문을 했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짜맞추기식으로 질문하는 느낌을 받았다.

징계의결요구서의 혐의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이번 중징계 배경을 어떻게 보나.

▲이번 결정이 수뇌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명박 정부 들어 전체적인 흐름이 변한 것 같다.

전혀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다.

수정이나 삭제 요청이 전혀 없다가 조회 수가 6천건을 넘어선 뒤에야 문제로 삼은 것은 아마도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 시민단체에서도 내부 고발자 보호 차원에서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처음 게시글이 삭제된 데 이어 이에 대한 항의 글과 징계의결요구서에 대한 반박 글 5건 등이 모두 곧바로 삭제됐다.

국가가 나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공무원을 징계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정식으로 도와달라고 요청해 행정소송이 이뤄지면 도움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징계위원회 결정에 대한 통보를 받는 대로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거기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갈 생각이다.

-- 국세청에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사실 정치적인 세무조사를 많이 했다.

지금이라도 정치적인 세무조사를 하지 않을 제도적인 장치를 내놓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밝혀서 국민적 의혹을 푸는 것이 조직을 살리는 길이다.

-- 가족들도 충격이 클 듯하다.

▲현재 고3인 딸과 고1인 아들이 있다.

이런 일이 아니라도 힘들 때인데 아이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아내도 몸져누운 상태다.

정말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했는데 왜 세상은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이기는 것이 이 시대가 이기는 것이라고 본다.

저는 혼자의 몸이 아니고 이번 싸움에서 이김으로써 소통의 부재로 말미암은 비상식적인 문화를 바꿀 수 있지 않겠나.

열심히 해서 이길 수 있도록 많은 성원 바란다.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