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근로자가 실직하면 1∼2년 후에 이혼이나 별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면 오히려 다른 부부보다 혼인 상태를 더 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산율을 높이려면 정책 목표를 기존 다자녀 가구에서 1자녀 가구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살을 시도한 노인 중 상당수가 2차 자살을 시도했거나 시도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도 나왔다.

14일 한국인구학회에 따르면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한국인구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독창적인 논문 30여 편이 발표됐다.

이번 학회에서는 이혼, 결혼만족도, 노인자살 등 가족 문제를 다룬 논문들이 많이 나왔다.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 박용현 연구자는 '실직이 혼인상태에 미치는 영향:KLIPS자료를 통한 분석' 논문에서 한국노동패널(KLIPS) 1∼10차년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남편이 실직하면 그에 따른 충격으로 1∼2년 후에 결혼이 해체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박 연구자는 "남성이 실직해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한 데 따른 영향은 실직 초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 어려움을 극복한 부부는 다른 부부들에 비해서 서로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여봉 강남대 교양학부 교수는 `연령별 부부의 취업여부 및 가족변인과 여성이 인지하는 결혼의 질'이라는 논문에서 "20대 여성의 결혼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갓 결혼한 신혼기에 낭만적 사랑의 여운과 서로에 대한 설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녀 양육기에 해당하는 30∼40대보다 50∼60대 여성의 결혼 만족도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자녀 양육기에 결혼 만족도가 가장 낮고 그 이후에는 다소 상승한다는 일반적인 이론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상지대 박지영 교수는 작년 8월까지 3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65세 이상 남녀 노인 27명을 인터뷰한 결과 8명이 자살 시도에 실패하고 나서 8개월 안에 2차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6명도 앞으로 자살을 다시 시도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족과 지역사회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된 탓이었다.

인터뷰 대상 27명 가운데 자살 시도 이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거나 전문가 도움을 받았다는 노인은 6명에 불과했다.

다자녀 가구에 각종 지원을 집중하는 정책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노동연구원 신인철 연구원은 `베이시안 지역가법 모형(Bayesian Geo-additive Model)을 이용한 자녀출산계획의 공간효과 분석' 논문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대상을 다자녀 가구에서 첫째아이를 출산한 여성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아이의 출생 구성비가 52.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둘째 아이 및 셋째 아이 이상의 출생 구성비는 각각 38.1%와 9.6%를 차지했기 때문에 출산에 대한 거부감이 큰 1자녀 가구에 정책을 집중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인구이동, 가정의 보건의료비 지출 등과 관련한 논문들도 발표됐다.

통계청 소속 김인식 연구자는 `우리나라 인구이동통계의 이동요인 분석' 논문에서 자녀가 중.고교생일수록 교육 때문에 이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려대 연구진은 '가구특성별 보건의료지출 가격탄력성 추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가구주의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전체 가계지출에서 보건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