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재수강 완화, 고대 학점포기제 확대
"엄정한 학사관리가 중요" 반대론도


"우리 학교는 재수강 제한이 너무 엄격해요.취업하려면 학점 조절이 중요한데…"

14일 새벽 서울 모 대학 도서관. 대학생 박모(26)씨가 기말고사를 앞두고 도서관에서 `열공'(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박씨의 요즘 고민은 중간고사를 망친 한 과목을 포기할까 말까다.

언뜻 생각하면 열심히 공부해서 만회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어중간한 성적을 받으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우리 학교는 평점 C+ 이상을 받은 과목은 아예 재수강을 하지 못하게 제한한다"며 "어설프게 C+를 받느니 차라리 기말고사를 포기해 D를 받고 재수강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그렇다고 무작정 나쁜 학점만 받다 보면 졸업이 늦어질까 또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취업난과 청년실업 문제가 10년 넘게 계속되면서 상당수 대학이 `재수강 관련조항 규제완화'에 나섰다.

취업을 위해 `스펙관리', `학점관리'가 절실한 학생들의 불만을 고려해서다.

연세대는 현재 C- 이상 성적을 받은 과목의 재수강 횟수를 0∼4회로 제한하고 있으나 2010년부터는 C+ 이하 성적을 받으면 횟수 제한 없이 재수강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그동안 엄격한 재수강 제한 때문에 취업 등에서 불리하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이에 학교 측도 개선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이미 성적이 확정된 과목의 학점도 `아예 안 들은 것으로' 할 수 있는 `학점 포기제'를 올해부터 확대했다.

작년까지는 과목 폐지로 재수강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만 학점을 포기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학생들이 성적이 나쁘게 나온 과목을 골라 6학점까지 `리셋'할 수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폐지된 과목만 학점을 취소할 수 있다면 일부 학생들만 혜택을 보게 돼 형평성 보장 차원에서 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취소 폭이 넓어지므로 성적을 인위적으로 올리기가 더 쉬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불만에도 재수강 제도를 완화하지 않고 엄정한 학사관리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대학들도 적지 않다.

`스펙 관리'에 안달이 난 학생들이 원한다고 해서 `학점 인플레'를 부추기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것이다.

중간고사를 망친 대학생 박씨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박씨가 다니는 대학 역시 이런 입장이다.

이 대학의 온라인 게시판에는 "우리 학교 학생들만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다", "학교가 우리 취업을 방해하고 있다", "교수님에게 일부러 학점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학생도 많은데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등 학생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으나 대학 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 대학 관계자는 "재수강 자격제한이 너무 엄격하다는 불만이 많지만 이는 엄정한 학사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취업난을 이유로 원칙과 제도를 변경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임형섭 기자 kong79@yna.co.kr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