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영욕의 60년사'라 부를 만하다. 1948년 7월17일 건국헌법이 제정 · 공포된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헌법 개정이 단행됐다. 개헌은 집권 세력의 필요나 4 · 19혁명, 5 · 16군사정변, 6 · 10민주화운동 등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라 심도있는 논의 없이 짧은 시간에 이뤄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1987년 헌법 체제(9차 개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사에서 '대통령 직선제'라는 큰 성과를 일궈냈지만 6 · 29 선언 직후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탓에 권력구조 개편 외에는 시대적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 정치권이나 학계에선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3선 연임)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7년 단임제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구조에 대한 불만이 컸던 상황이라 5년 단임제라는 '극약처방'을 도입했다고 분석한다. 개정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나 그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 개헌론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물론 역사상 최초로 여야 합의에 의해 국민투표를 거쳐 탄생한 헌법이라는 점에선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9차 헌법에 명시한 '대통령 단임제'는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서 국민심판을 받는 과정이 없고 권력 누수가 조기에 발생하는 문제 또한 간과했다. 게다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기적인 국가정책 추진의 한계나 정책 추진의 일관성 등이 논란을 불러오는 등 빈번한 갈등 소지를 내포하고 있었던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바 있으나 논란을 거듭하다 결국 18대 국회로 공을 넘겼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