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를 꺼리는 직장인들이 문제삼는 건 술이다. 적당한 음주는 좋다. 그렇지만 지나친 음주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회식 자리도 썰렁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자기 주량 범위 안에서 적당히 마시는 회식 문화를 직장인들은 선호한다.

여론조사 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직장인 5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점을 그대로 보여 준다. 직장인들은 회식 때 가장 꼴불견인 사람으로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사람'을 꼽았다. 전체의 34.2%가 답했다. 은근슬쩍 몸을 비비거나 러브 샷을 강요하는 사람을 꼴불견으로 꼽은 직장인도 전체의 27.4%에 달했다. 돈 안 내려고 온갖 꼼수를 부리는 사람 역시 꼴불견 유형(18.8%)으로 꼽혔다.

직장인들은 상사를 어려워한다. 사무실보다는 낫지만 회식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인들이 회식 때 가장 싫어하는 상사는 "딱 한 병만 더"를 여러 번 외치면서 절제하지 못하는 상사(22.7%)로 나타났다. 회식 장소 예약까지 해 놨는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갑자기 바꾸는 상사(20.6%)도 싫은 유형으로 꼽혔다.

상사는 회식 분위기가 적당히 무르익었을 때 빠져 주는 게 좋다. 아랫사람들이 원하는 거다. 중간에 가지 않고 "우리는 하나"라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상사(16.6%)도 기피하는 상사로 간주됐다. 눈치 없이 젊은 사원들에게 나이트 가자고 조르는 상사(11.8%)와 예고 없이 직원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마누라,술상 봐 와"라고 외치는 상사(10.5%) 역시 직장인들이 꼽은 기피 유형이었다.

이러다 보니 직장인들은 술을 덜 마시는 회식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식 문화 중 바뀌었으면 하는 것으로는'술잔을 돌리지 말았으면'이 41.5%로 가장 많았다. '술 대신 영화나 뮤지컬 등을 관람했으면' 하는 사람도 36.1%에 달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