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퇴임 직전 대검찰청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언급한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서 법무부 등 정부 측으로부터 검찰총장이 모종의 압력을 받았다는 뉘앙스로도 해석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6일 "검찰 사무 지휘 · 감독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검찰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으나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며 "박연차 수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임 전 총장은 오찬간담회에서 '법무부나 청와대로부터 압박이 없었냐'는 질문에 "노코멘트"라면서 "강정구 같은 경우 1건밖에 없다는 건 천만의 말씀이다. (특정신문)광고주 협박사건도 그랬고…문서로 내려오는 게 많고 내가 검찰국장 할 때도 시위 엄중대처 같은 수사지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임 전 총장의 수사지휘권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는 것은 2005년 법무장관의 헌정 사상 첫 수사지휘권 발동 사례 때문이다. 당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천정배 법무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고,김 총장이 이에 반발해 사표를 내며 화제가 됐었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 · 감독하고,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중앙 행정과 수사의 영역이 분리돼 있지 않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 검찰 내부에서도 논란이 돼 왔다.

대검은 즉각 "구체적 사건지휘가 아니라(검찰청의 상위기관으로)법무부의 일반적 수사지휘를 언급한 것일 뿐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정색했다.

그러나 임 전 총장의 언급이 대검과 법무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흔들렸다"는 임 전 총장의 발언과 결부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 전 총장의 발언은 (정치적 압력에 따른 수사라는)고해성사"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 역시 "예전보다 법무부의 일반적 수사지휘가 많이 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