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사 기자 3명이 강희락 경찰청장이 주재하는 만찬장에 녹음기를 설치, 도청을 시도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5일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신생 인터넷매체인 아시아뉴스통신 소속 기자 A(24), B(27), C(34)씨 등 3명은 지난 4일 저녁 경기도 수원의 한 식당에서 강 경찰청장 주재로 열린 만찬장에 소형 MP3 녹음기를 미리 설치, 경찰 지휘부의 대화를 녹취하다 경찰에 발각됐다.

당시 강 경찰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을 순시한 뒤 저녁에 경기경찰청 간부들과 함께 이 식당에서 만찬을 하고 있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만찬 행사 전에 식당에 들어가 행사를 준비하러 온 경찰관인 것처럼 행세하다 종업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식당 천장 전등에 MP3 녹음기를 설치하고 나왔다.

이들을 수상히 여긴 식당 종업원의 제보를 받은 경찰이 만찬이 끝난 후 식당내부를 점검하다 이 녹음기를 발견, 종업원이 진술한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A씨를 식당 주변에서 붙잡았다.

A씨는 경찰이 "직업이 뭐냐. 설치된 녹음기가 본인의 것이냐"는 물음에 "현재 무직이고 내 녹음기가 아니며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난 경찰은 MP3 녹음기에 저장된 A씨의 사진이 찾아내 A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또 A씨의 체포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경찰청을 찾아온 B씨를 상대로 녹음기 설치 교사 여부를 추궁, 범행을 자백받고 다음날 새벽 3시38분께 C씨도 같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시국도 안 좋은데 (경찰청장 만찬장에서) 술 먹는 부분을 취재해라. 녹음기를 설치해도 된다'는 선배 C씨의 지시를 받고 도청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경찰청장 주재 만찬이 끝난 후에는 식당 종업원들이 제지하는데도 식당의 매출내역을 확인하는 등 업무방해를 한 혐의와 주거침입죄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중 A씨와 C씨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업무방해, 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며, A씨 취재에 동행한 사진기자 B씨에 대해서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녹음기를 설치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압수한 녹음기에 저장된 4건의 다른 녹음내용을 분석해 추가 도청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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