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기한을 넘겼다고 해서 자영업자의 부가가치세 환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각종 기한을 지켜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세금 문제와 관련, 세부 규정보다 과세제도의 본래 취지와 과세자 입장을 우선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조세행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기한을 넘겨 신고했다는 이유로 `재고매입세액'을 환급받지 못한 자영업자 민모씨가 서울 강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1천300만원의 부가가치세 환급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구두ㆍ가방 수입판매업자인 민씨는 사업이 잘돼 2008년 1월 세제 혜택을 받는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하면서 기존 재고품 등에 대한 공제세액인 재고매입세액 신고를 정해진 기한보다 3개월 늦게 했다.

그 해 7월 민씨는 신고한 재고매입세액까지 포함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신청했으나 세무서로부터 기한내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고매입세액의 환급을 거절당했고 신고를 불성실하게 했다며 오히려 10%의 가산세 부과 처분을 받았다.

세무서는 시시각각 바뀌는 재고품은 제때 조사하지 않으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규정상 신고기한이 정해져 있어 환급 신청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씨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하지만 법원은 세무서나 조세심판원과 달리 신고기한은 세액을 가급적 빨리 확정하려는 조세행정의 편의를 위한 규정일 뿐이어서 이를 어겼다고 세액 환급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은 재고매입세액의 공제에 관한 재고품의 범위와 적용시기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을 뿐 신고기한을 한정하는 것으로 세액공제 자체를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사업자가 납부하는 부가가치세는 일반과세자인 경우 매출세액(매출액의 10%)에서 매입세액(매입액의 10%)을 빼는 방식으로 계산하고 매출세액보다 매입세액이 많으면 차액을 돌려준다.

하지만 연 매출액 4천800만원 미만의 영세사업자는 간이과세자로 분류돼 매출액의 1.3~4.3%를 세금으로 내면 되며 간이과세자가 일반과세자로 바뀌면 기존 재고품 등에 대해 일정한 금액을 재고매입세액 명목으로 공제해준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