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회사의 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K씨.그는 오전 5시30분이면 눈을 뜬다.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서는 게 6시.오전 6시30분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조간 신문의 주요 기사 스크랩으로 일과가 시작된다. 물론 팀장인 만큼 직접 '가위질'을 하는 건 아니다. 가위질은 직원들의 몫이다. 그렇지만 행여 관련 기사를 놓칠세라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직원들은 "제발 가만 있으시라"고 권한다. 그렇지만 10년이 훌쩍 넘은 홍보맨 생활에서 밴 습관이라 어쩔 수 없다.

신문 스크랩이 끝나는 건 오전 8시.임원실 등에 보내고 나면 아침식사 시간이다. 식사라야 별게 없다. 김밥과 컵라면이 전부다. 새벽부터 한바탕 전쟁을 치른 터라 밥맛은 그지없다. 꿀맛이다. 김밥을 먹으면서 TV 뉴스를 본다. 조간 신문에서 놓친 주요 이슈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8시30분이 되면 일상 업무를 시작한다. 윗사람에게 보고도 하고 회의에도 참석한다. 사이 사이 온라인 뉴스도 체크한다. 회사에 문제가 되는 기사라도 뜨면 즉시 대응하기 위해서다.

K팀장은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가 거의 없다. 기자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각 언론사나 잡지사의 광고 담당자도 진을 친다. 사내 방송과 사내보도 챙겨야 한다. 점심은 보통 외부 인사와 먹는다. 오후의 일상도 비슷하다. 보고하고 회의하고 사람을 만난다. 입에서 단내가 날 때쯤인 오후 6시.조간 신문의 가판이 배달된다. 재빨리 기사를 훑어보면 오후 7시30분.업무가 끝나는 시간이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화로울 때 얘기다. 행여 가판에 문제 되는 기사라도 실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별 문제가 없어도 할 일은 많다. 상가를 빠짐 없이 챙겨야 한다. 각종 모임과 약속도 소화해야 한다. 집에 오면 밤 11시가 훌쩍 넘는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하고 새벽 1시가 돼야 잠자리에 든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