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만 충실히 하면 잇몸병이나 충치가 안 생길까. 그렇지 않다. 적당한 온도와 수분,끊임없이 영양분이 공급되는 구강에는 미생물의 천국으로 수백억~수천억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이에 비해 양치질로 제거할 수 있는 세균은 수백만마리로 전체 구강세균의 0.01%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치은열구(치아와 잇몸 경계에 있는 홈)에는 칫솔모가 전혀 닿지 않아 아무리 열심히 양치질을 해도 이 곳에 사는 세균은 사실상 제거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균과 싸우는 침과 면역세포

침에 들어 있는 리소자임,락토페린,퍼옥시다제,면역글로불린A(IgA)은 치은열구에 있는 구강세균의 성장과 활동을 억제한다. 또 분당 0.5㎖씩 흐르는 침의 유속은 물리적 작용으로 1㎛ 크기의 세균들이 치은열구에 쌓이는 것을 방지한다. 여기에 과립구(호중구),대식세포(마크로파지),B세포,T세포 등 면역세포는 잇몸조직으로 분비돼 치은열구에 있는 구강세균들을 잡아먹는다.

이런 작용을 억제하는 것은 스트레스와 구강건조증이다. 흔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잇몸이 붓고 들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자극해 침샘의 침분비를 억제하고 잇몸조직의 모세혈관을 억제해 면역세포의 공급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선 아무리 열심히 양치질해도 잇몸병이 치료되지 않고 오히려 부은 잇몸이 양치질로 찢어져 상태가 더 나빠진다. 이럴 때엔 스트레스를 줄이고 위 아래 치아를 맞부딛히는 치아운동으로 침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잇몸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면 도움이 된다. 치아운동은 매 끼니 식사 전후,취침 전 등 하루 7회 실천하면 좋다.

◆남성은 잇몸질환,여성은 충치 조심

보건복지가족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2007년)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19세 이상 성인 중 잇몸질환 경험률은 73.9%로 많은 사람들이 구강질환을 겪었거나 현재 앓고 있다. 특히 잇몸질환은 남성이 여성보다 무려 10.6%포인트 더 높은 발병률을 나타냈다.

잇몸질환이 출산 등 극도의 신체변화를 겪는 여성보다 의외로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는 것은 흡연,음주,스트레스,식후 또는 음주후 칫솔질 거름 때문이다. 흡연은 잇몸의 혈액순환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담배를 피울 때 입안에 남게 되는 타르가 플라크 생성을 촉진시키고 침의 자정작용을 막기 때문이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칫솔질 횟수가 적은 것도 한 원인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간식을 즐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치가 많다. 대개 식후엔 칫솔질을 하지만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 등을 섭취한 후에는 칫솔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입안에 남은 당분이 플라크 생성을 촉진시켜 충치가 생기기 쉬운 것이다.

칫솔질은 하루에 3번 이상,식후 3분 이내,3분 이상 이를 닦아야 한다는 '3.3.3'원칙을 지키되 평소 칫솔질 후에도 플라크가 입안에 남아 개운하지 못하거나 구취가 난다면 전동칫솔을 사용해 볼 만하다.

◆세마제 강도 강한 것 · 약한 것 번갈아 사용


치약은 치아표면을 얇게 갈아내는 세마제와 때를 벗겨내는 계면활성제로 구성돼 있다. 이들 성분은 잔존하면 건강에 이로울 건 없기 때문에 양치질 후 반드시 열 번 이상 물로 헹궈 완벽하게 제거한다. 계면활성제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입안이 화한 느낌이 사라질 때까지 물로 헹궈야 한다. 아이들은 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은 치약을 사용하는 게 좋다. 아침과 점심에는 연마력이 약한 치약을 쓴다. 세균 활동이 활발해지는 취침시간 전에는 세마력이 강한 치약으로 플라크를 확실히 제거토록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임플란티아 치과네트워크 강현우 원장(충주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