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손금보듯 살펴 뇌종양 뇌줄중 치매 파킨슨병 등을 조기에 검진하는 뇌 전문 건강검진 및 치료센터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문을 연다.

가천의대 길병원은 1일 가천뇌건강센터를 개설해 본격적인 뇌 검진 및 치료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뇌건강센터는 정부가 지정한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이자 가천길재단의 3대 연구소(뇌과학연구소 이길여암당뇨연구원 가천나노바이오연구원) 중 하나인 뇌과학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반영해 최첨단 뇌 진료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센터가 내놓은 검진프로그램 중 '치매정밀 검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뇌의 구조 이상을 파악하고 뇌내 해마용적을 측정하며 유전자 · 전산화 인지 · 신경심리검사를 실시해 치매 조기발견을 돕는다. '뇌암 검진'은 MRI 및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뇌종양을 조기 진단한다.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가족력이 있고,담배를 피우며 사업상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뇌정밀 검진'프로그램을 이용해 뇌 · 심혈관질환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불안증 우울증 무기력증으로 불면증이 심한 사람은 개인 특성에 맞춰 MRI검사와 수면다원 · 뇌파 · 신경심리검사 등을 실시하고 원인에 맞춘 치료처방을 받게 된다. 뇌건강센터는 초 · 중 · 고생의 기초건강상태 및 학습능력 평가,재능발견을 위한 '학습능력검사'프로그램도 내놨다.

이 센터의 뛰어난 강점은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뇌 영상을 얻을 수 있는 7.0 T(테슬러)급 MRI 촬영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기기를 이용하면 국내 최상급인 3.0 T급 MRI로 찾아낼 수 없는 0.3㎜ 크기의 뇌 병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뇌질환의 조기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7.0 T MRI는 3.0 T보다 영상 선명도가 3배 정도 높아 뇌를 '손금 보 듯' 볼 수 있다. 다만 MRI에서 나오는 자기장이 인체에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7.0 T처럼 출력이 높으면 검사받는 사람이 검사 후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큰 이상이 없으면 주로 3.0 T급 MRI를 이용한 진단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뇌건강센터에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뇌과학연구소는 현재 7.0 T MRI의 상용화,PET와 MRI를 접목해 입체영상을 얻는 최고 사양의 PET-MRI 자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상도를 좌우하는 코일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한국 의료의 프라이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연구센터는 7.0 T MRI를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독일의 지멘스와 지식재산권을 1 대 1로 배분한다는 조건하에 공동 개발 중이다. 수술할 때 실시간 입체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퓨전 PET-MRI도 미국 하버드 의대와 공동 연구 중이다.

뇌건강센터 소장을 맡은 윤방부 가천의과학대 부총장 겸 석좌교수는 "센터는 뇌검진뿐만 아니라 뇌와 관련한 방대한 연구자료를 축적하고 뇌질환 관련 자가진단표를 개발하는 등 세계적인 뇌 연구 · 교육 · 치료 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뇌건강에 유익한 영양 · 운동 · 심리지도 프로그램을 환자에게 서비스할 시스템도 갖춰놨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