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으로 대장과 직장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일찍 움직이고 식사하게 하는 '표준화 조기회복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입원기간이 4일 가까이 단축되는 등 조기회복과 치료비용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걸 한솔병원 대장암복강경수술센터 박사(사진 · 가운데)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장 · 직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78명에게 이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통상적인 방법으로 회복한 환자군(69명)에 비해 입원일수는 기존 10.72일에서 7.12일로 33% 이상,항생제 투여일수는 기존 7.73일에서 2.79일로 6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수술 후 투여한 수액량은 조기회복 프로그램 그룹이 8.8ℓ로 기존 방법의 19ℓ보다 훨씬 적었다. 장 운동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수술 후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음료를 마시도록 허용한 시간은 수술 후 평균 0.88일로 기존의 2.71일에 비해 3배 이상 빨라졌다.

표준화 조기회복 프로그램은 기존 수술 후 회복방법이 지나치게 '안전지향적''기계적'이어서 인간의 면역력과 자생력, 항상성을 되살려 더 자연스런 방법으로 인체를 회복시키려는 일련의 수술 환자 재활 수칙을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우선 수술 환자들이 과거의 관행보다 일찍 운동을 시작하도록 유도한다. 과거에는 통상 수술 후 하루나 이틀이 지나 배에 있는 가스가 빠져나가야 음식을 먹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조기회복 프로그램은 수술 당일날부터 운동을 시작한다. 식사도 수술 당일 음료를 먹게 하고 다음 날에는 미음,그 다음 날에는 죽을 먹을 수 있도록 권고한다. 조용걸 박사는 "운동과 식사를 가급적 일찍 시작함으로써 가스 배출이 촉진되면서 인체 전반의 기능이 조기 회복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며 "기존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수술 후 정맥주사하는 포도당 생리식염수 아미노산주사제 등 수액이나 항생제도 기존에는 통상 1주 가까이 맞지만 조기회복 프로그램은 수액은 이틀만,항생제는 하루만 주사하도록 유도한다. 수술부위를 조금 절개해 고름이나 노폐물이 빠져나오도록 삽입하는 배액관도 기존에는 거의 의무적으로 달았으나 조기프로그램은 필요한 경우에만 설치토록 권장한다.

이와 함께 조기회복 프로그램은 수술방법에도 많은 조건을 두고 있다. 수술 전날 입원해 코크린(90㏄)으로 장세척을 하고 가급적이면 비위관 삽입(구토 등의 예방 목적) 등 수술 전,마취 전 처치를 삼가야 한다. 수술 중에는 따스한 이불로 덮어 체온을 유지해준다. 그동안은 알몸의 환자를 얇은 수술포로 덮어 경미한 저체온증이 오고 이로 인해 수술 후 회복이 늦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간과돼왔다. 기왕이면 몸에 녹는 실을 사용,피부 안쪽에서 봉합해 별도로 실밥 제거가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수술 중이나 후에는 마약성 진통제나 국소마취제를 적절히 주입해 그때그때 통증을 제어한다.

이 프로그램은 2000년 초부터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가톨릭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몇몇 대학병원에서 부분적으로 도입해 적용 중이다. 한솔병원은 2006년부터 1년 반 동안 미국 연수를 다녀온 조 박사가 중심이 돼 전면 추진 중이다.

조 박사는 "조기회복 프로그램은 환자의 입원기간,합병증,재입원율,수액 및 항생제 투여량 등을 줄여 환자의 빠른 사회복귀를 돕고 의료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열린 대한대장항문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돼 우수연제학술상을 받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