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기부문화 化身' 신청사에 전시할 계획

청각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80대 노파가 사후 전 재산을 가난한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해 진한 감동을 준다.

주인공은 강서구 가양3동 주공임대아파트에 홀로 사는 신경례(84) 할머니.
신 할머니는 지난달 27일 가양3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망시 임대아파트 보증금과 예금 등 전 재산을 강서구 장학회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했다.

500만원 남짓의 재산이지만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게 신 할머니의 생각이다.

청각장애 2급인 신 할머니가 자신보다 불우한 이웃을 도우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7년 말에도 평생 모은 재산 2천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맡긴 바 있다.

경기 여주 출신인 신 할머니는 21살에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두고 평범한 가정을 꾸렸지만 39살 때 남편과 사별하면서 곤궁한 삶을 살아왔다.

설상가상으로 어렵게 키운 아들이 회사의 부도로 실직하고 며느리마저 생활고를 비관해 가출을 일삼다 끝내 이혼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후 공공근로사업으로 근근이 생활하다 1999년 아들이 심장발작으로 숨지면서 홀로 남게 됐지만, 세상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생활은 정부에서 주는 생계비로도 충분하다"며 "어려울 때 늘 도움을 준 이웃에 작은 성의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서구는 지난 3월 초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제정한 '구민장(葬) 조례'에 따라 신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구민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현재 건립을 추진 중인 신청사에 생전 모습을 담은 부조(浮彫)를 전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