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이 27일 최종 발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경위에 대한 조사결과가 서거 당일(23일) 발표한 것과 180도 달라졌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시각과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이모 경호관이 1차 조사 때 자책감 속에 문책 등을 의식해 허위진술 한 탓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서거 당일 23일 노 전 대통령이 오전 6시20분께 이모 경호관과 부엉이 바위에 도착한 뒤 6시45분까지 함께 머물다 이 경호관이 등산객 접근 차단을 위해 시선을 돌린 사이 투신했다고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하기 직전까지 함께 하며 '근접 경호'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경호관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이 경호관은 당일 오전 6시10분께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부엉이 바위에 도착했고, 4분 후인 6시14분 노 전 대통령의 심부름을 받아 247m가량 떨어진 정토원(사찰)으로 달려갔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은 홀로 부엉이 바위에 남아 있었다.

6시17분께, 부엉이 바위로 돌아온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동료 경호관들에게 연락한 뒤 백방으로 찾다 6시45분께 추락지점에서 노 전 대통령을 발견했다.

결국 실제 투신시각은 당초 발표(오전 6시45분)보다 30분 가량 앞선 오전 6시 14∼17분이었고 그 시간만큼 노 전 대통령은 경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호관이 경사가 있는 247m를 왕복하는 데 불과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경찰 조사결과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으나 경찰은 "당시 위해 대상자를 두고 다녀오는 위급한 상황이어서 급하게 다녀오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운동으로 단련돼 있는 이 경호관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종 조사에서는 이 경호관이 1차 조사에서 허위진술을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경호실수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도 새롭게 포착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 오전 7시께 이 경호관은 공중전화기를 이용, 정토원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서 대통령을 모시고 정토원에 갔다는 것은 진술했으나 원장님을 봤다는 진술은 빠졌다"면서 "원장님이 이를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전화드렸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을 찾아 헤매는 자신을 목격한 정토원 원장에게 사건 당일 자신을 본 일이 없다고 말해줄 것을 간접 요청한 것으로, 노 전 대통령과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시도로 풀이됐다.

이번 경찰 수사결과 발표로 '투신 시각과 상황'에 대해 제기됐던 의문점들은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호관이 247m에 달하는 경사길을 불과 3분만에 이동한 점, 노 전 대통령이 시야에서 사라진 다급한 상황에서 무전기 대신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료 경호관에게 연락한 점, 노 전 대통령의 재킷이 벗겨진 이유 등은 앞으로 추가 조사에서 규명돼야 할 과제다.

(창원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