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에 활용한다더니 유서가 될 줄이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 · 중학교 선배인 봉화산 정토원장은 '부처님의 3대 선언'이라는 법시(法施)용 책자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책은 정토원 개원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2월 출간된 책으로 석가모니의 일생과 불교 수행방법 등을 소개하면서 '자연은 나,나는 자연'이라는 불이법(不二法)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선진규 원장이 이 책의 초고를 가장 먼저 보여준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이다.

정토원이 처음 생길 때부터 이곳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았던 노 전 대통령은 이 책을 보고 "책의 내용이 너무 알차고 배울 게 많다"며 "앞으로 연설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인용해야겠다"며 책 한 권을 가져갔다고 선 원장은 전했다.

선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특히 책 내용 중 '범천(梵天)'의 개념에 관심을 갖고 각주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범천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범아일여의 사상으로 발전했다'는 내용의 각주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책의 내용은 몇 달 후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말로 노 전 대통령의 유서에 투영됐다.

선 원장은 "석가모니는 당시 보수적 권력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부조리에 대항했으며 한치의 타협도 허용하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이 책 내용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었던 같다"고 말했다.

봉하마을=고경봉/이재철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