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 직전에 부모님의 위패가 모셔진 인근 사찰인 정토원에 들렀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26일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이모 경호과장을 상대로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경남경찰청 수사과 직원 2명 등 4명은 3시간가량 서거 당일 이동경로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과장을 상대로 정토원에 들른 사실을 지난 23일 조사에서 '왜 숨겼는지''경호상 문제는 없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사전에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 과장은 지난 23일 경찰 조사 때 "투신 장소인 부엉이바위를 지나쳐 (정토원 쪽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돌아와 (부엉이바위에서) 20여분을 머물렀다"고만 진술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당일 정토원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를 써놓고 사저를 나와 투신하기 전 부모님 위패에 '하직인사'를 하며 마음의 정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규 봉화산 정토원장은 이와 관련,"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 새벽에 수행경호관이 '계시냐'며 나를 찾아왔었다"고 밝혔다. 그는 "VIP(노 전 대통령)도 오셨느냐고 물었는데 경호관은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이 법당에 모셔진 부모님의 위패에 예를 표했다고 사찰의 음식조리를 담당하는 한 보살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경호과장은 재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선 원장이 있는지 보고 오라고 해서 정토원 살림집으로 갔다가 선 원장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돌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하마을=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