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들은 월급봉투만 보면 한숨이 난다. 매일 야근하고 휴일까지 반납했는 데도 두께는 마찬가지다. 정시에 출퇴근하고 자기 실속을 다 챙기는 동료들과 다를 게 없다. 그러다보니 '일한 만큼 가져가지 못한다'는 게 직장인들의 공통된 불만 중 하나가 됐다.

영업직은 이런 불만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직종에 관계없이 탁월한 실적을 낸 영업맨들에겐 그만한 보상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아예 회사를 때려치우고 전문 영업직에 뛰어든 사람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게 보험 영업이다. 잘만 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최근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종 종사자들도 보험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보험 아줌마'는 옛날 얘기다. 전국 21만여명의 보험설계사들이 가져가는 돈은 월 평균 309만원에 달한다. 30~40대 남성이 많은 외국계 보험사의 설계사들은 월평균 520만원 이상을 가져간다. 설계사 중 억대 연봉을 받는 설계사는 5%가량인 1만1000명이다. 급여 수준이 올라가면서 보험 설계사라는 이름도 파이낸셜 플래너(FP)나 파이낸셜 컨설턴트(FC)라는 그럴 듯한 명칭으로 바뀌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이들이 받는 기본수당은 월 100만원 남짓이다. 각종 경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 고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매달 평균 5건 이상 보험 계약을 새로 유치해야 한다. 설계사들의 수입 중 60%가량이 신계약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만큼 영업의 달인이 돼야만 억대 설계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자동차 영업도 인기 영업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의 자동차 딜러는 3만여명.이 중 1~2%가량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기아자동차에서 작년 억대 연봉을 챙긴 영업맨은 41명이었다. 전국 3000여명(지점 산하 서브 딜러 제외)의 영업직원 중 1.5%다. 기아차에서 매년 1억원 이상을 받는 직원 수는 2004년 8명,2005년 12명,2006년 29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고급차가 많은 수입차 딜러 중에서는 억대 연봉자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에서도 억대 연봉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상위권 카드설계사 49명은 지난해 평균 1억146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1인당 1310명의 회원을 유치한 결과다. 판매왕을 차지한 김미전씨는 1년간 3700명의 회원을 모집해 2억8700만원을 벌었다. 증권맨들은 증시가 좋을 때 영업순위 상위 25% 안에 들면 어렵지 않게 억대 연봉을 거머쥘 수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