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검찰은 뇌물죄 수사에서 지나치게 진술에만 의존하고 자백을 강요하기도 하죠.미국처럼 증거 위주의 과학수사를 해야 합니다. "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56)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16년간의 검사재임 기간 중 대전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장검사,서울서부지검 형사제3부장검사 등을 거치며 다수의 뇌물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199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며 주로 뇌물죄 사건 변론을 맡아왔다.

김 변호사는 "한국 검찰의 뇌물수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인 등 뇌물 공여자는 자백하면 자신의 죄가 드러나고 배신자로 찍히기 때문에 자백하지 않고 버티려 한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은 증거 수집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한국은 비(非)자발적인 자백을 받아내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기업인들의 탈세,비자금 조성,횡령 등 각종 범죄행위를 먼저 수사하고 이를 갖고 압박하는 수사가 많다"고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말했다. 이에 따라 공여자가 다른 범죄의 처벌을 약하게 받기 위해 검사한테 협조하면서 뇌물 혐의를 과장하거나 심지어 허위사실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김 변호사는 "사람의 진술이란 부정확하고 나이 든 사람은 수천만원 왔다갔다 한 사실도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술에만 의존하는 수사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 공무원들이 뇌물죄의 무서움을 잘 모르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뇌물 공여자는 공무원과의 네트워크를 과시하기 위해 주변에 뇌물 공여사실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며 "뇌물을 주는 사람에게 의리란 없다. 믿었던 공무원만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도원/사진=양윤모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