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23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15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갖기로 함에 따라 이번 주말이 또다시 폭력시위로 얼룩질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전국 16개 지역 본부 중 인천을 제외한 15곳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인천 지역에서는 22일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이 정부의 불법시위 강경대처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국 집회를 강행키로 한 것은 다음 주부터 본격화될 산하 노조의 파업 열기에 힘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월 총파업 투쟁을 위해 세결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 중에는 화물연대가 파업실행 여부를 조율하고 있으며, 건설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는 27일 파업에 나선다. 금속노조도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철도노조는 6월10일 투쟁 방식을 확정키로 하는 등 산별노조별로 파업 준비가 한창이다. 동시다발 집회에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화물연대,건설노조 등 파업을 앞둔 각 단위노조 지도부가 대거 참여키로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집회를 통해 대한통운 해고자 복직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파업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집회는 또 정부에 대한 '응수 타진' 성격도 띠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불법파업 및 폭력시위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정하자 소규모 '도발'을 통해 정부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노총이 이번 집회 장소로 서울 종로의 동화면세점,인천 부평역,대전역,광주역 등 대부분 도심 번화가를 택한 것도 대규모 도심 집회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정부 측 반응을 떠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평화적 집회를 진행하는 데도 경찰이 강경대응에 나서면 오히려 이를 계기로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일단 이번 집회 참가 인원이 지역별로 200~600명에 그쳐 경찰과의 대규모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경찰청도 광화문에서 열릴 예정인 집회를 허가키로 하는 등 평화적 집회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대전 민주노총 폭력사태가 강경파의 가두행진 경로 이탈로 촉발된 만큼 이번에도 강경파들이 돌발행동을 할 경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전에서는 지난 16일 전국노동자대회 이후 가두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노조 양측 150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시위를 막던 의경이 시위대가 휘두른 죽창에 눈이 찔려 각막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번에도 가장 우려스러운 곳은 대전이다. 대전경찰청은 집회를 일절 불허키로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측은 대전경찰청 앞을 집회 장소로 정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다른 일부 지역 역시 경찰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키로 함에 따라 폭력사태가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