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품업계에서 하이엔드 시계 · 주얼리들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미국 하이엔드 실버 주얼리 '크롬하츠'(Chrome Heart)의 플래그십 매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 건너편 '10 꼬르소 꼬모' 옆에 둥지를 튼 이 매장은 크롬하츠가 생소한 이들에게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매장 입구는 간판 없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크로스 로고만 달랑 붙어 있기 때문이다. 멋스런 흑단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할리데이비슨족이나 가죽 재킷에 스모키 화장으로 치장한 팜파탈이 떠오르는 크롬하츠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크롬하츠는 1989년 모터사이클에 열광하던 리처드 스탁에 의해 탄생됐다. 자신이 원하는 모터 사이클 의류를 직접 제작하면서 이 같은 브랜드로 성장했다. 독특한 크로스(십자가) 문양은 크롬하츠의 심벌 마크로 불가리,티파니,까르띠에 등 다른 하이 주얼리 브랜드와는 다른 중세풍의 앤티크 디자인이 돋보인다. 묵직한 주얼리부터 가죽 재킷,부츠,아이웨어 등과 골프채,라이터,가구,나이프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크롬하츠의 메인 제품인 실버 · 백금 주얼리는 소재에 따라 가격이 20만원대부터 최고 1억4000만원대에 이른다.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셰어와 파멜라 앤더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애용하면서 유명해졌고,100만~300만원대 선글라스는 배용준이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크롬하츠가 록그룹 롤링스톤스,디자이너 콤데가르송과 협업한 콜라보레이션 라인도 인기다. 크롬하츠 문양으로 디자인된 팔찌가 달린 롤렉스 시계,에르메스 스카프로 안감을 덧댄 라이더 가죽재킷,크로스 무늬가 새겨진 바카라 크리스털 화병 등 유명 럭셔리 제품들이 크롬하츠풍으로 재탄생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명품업체라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내세우기 위해 매장 인테리어에 각별히 신경을 쓰지만 그 중에서도 크롬하츠 매장은 유독 시선을 잡아끈다. 매장 전체가 블랙 나뭇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아프리카산 나무로 꾸며졌고,진열대 손잡이 하나도 크롬하츠의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실버 장식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