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조기홍 제1진료부원장 "신중히 접근" 강조
국가 차원의 '존엄사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

대법원의 21일 '존엄사 합법' 판결과 관련,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조기홍 제1진료부원장은 "한마디로 필요한 조치"라고 반기면서도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부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존엄사를 인정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시스템만 마련된다면 의학적으로나 환자.보호자 입장에서나 존엄사를 인정하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저 환자라면 존엄사를 택하고 싶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경우가 꽤 있었다"면서 "이번 판결로 환자가 불필요한 고통을 계속 받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엄사 인정이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위해 투입되던 국가 건강보험 비용과 병원의 병상과 의료장비 등을 다른 환자들을 위해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환자가 치료 가능성이 있는 상태인지, 생명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있어선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악성 암이나 종양 치료 등 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의식도 있고 치료를 통한 생존이 가능한데도 고통이 싫다며 존엄사를 요구할 우려도 있다"면서 "환자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존엄사를 남용하면 자칫 자살을 방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계했다.

조 부원장은 또 "판결 전에도 '고통을 택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며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환자가 종종 있었는데, 치료비 문제나 단지 덜 고생하고 싶다는 이유로 의료진에게 '죽을 권리'를 주장한다면 곤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환자.보호자.의료진의 불필요한 마찰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나 병원협회 차원에서 존엄사에 대한 기준을 합의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조기홍 부원장은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 1995년부터 아주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로 일해왔으며 지난 2005년부터는 병원 제1진료부원장으로 전체 임상과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