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격이 가능한 M16,AK47 등 소총과 스미스윌슨 등 권총이 민간에서 버젓이 불법 유통된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21일 M16 등 총기류를 영화 제작사 등에 불법 대여한 영화 특수효과업체 대표 정모씨(51)와 총기 부품,권총 등을 판매한 일당 등 10명을 검거해 이들로부터 총기 22정과 군용품 1000여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씨가 들여온 M16과 AK47 등 총기 일부는 '실미도' '공공의적' 등 국내 유명 액션영화 제작에도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사용되는 총은 모조총이지만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진짜 총이 쓰일 때는 총열에 '어댑터'가 고정 삽입돼 실탄이 발사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가 1996년 6월 미국에서 들여온 소총들은 탈부착할 수 있는 어댑터가 삽입돼 있었고,일부는 현재 이 어댑터가 아예 분리된 것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실시한 총기 시험 결과 이 소총들은 실탄만 있으면 언제든지 실제 사격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총들이 폭력조직 등의 손에 들어갔다면 큰 참사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처럼 비밀창고에 총기 부품이나 군사용품 1000여점을 진열해 놓고 군사용품 마니아들에게 판매한 업체도 적발됐다. 이들은 동대문구 신설동의 창고에 간판도 없는 비밀 군사용품 가게를 차려 놓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군사용품 마니아들에게 은밀히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판매한 물품은 M16 실탄과 개머리판,공이,M60기관총 총열 등 총기 부품부터 군용 대검,연막수류탄,방탄모,개인신호탄,지뢰탐지기까지 대부분의 군용품을 망라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비밀창고는 군용물 전시장을 방불케 했으며 부품들을 모아 조립하면 사용할 수 있는 총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