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최연소 팀장인 A과장은 입사 9년차다. 과장 · 차장 · 부장 · 이사 직급을 가진 사람들이 맡을 수 있는 직책인 일반 공산품 부문의 팀장이다. 그가 속한 팀에는 입사 동기와 선후배 20여명이 일하고 있다. 차장 · 부장 등 그보다 높은 직급의 사람들도 그에게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는다. 그의 연봉은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입사 동기보다 두배 정도 많다. 인센티브 등을 포함해 5000만원가량 더 많이 받는다.

실질적인 성과주의에 기반한 연봉제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가 조직의 효율성을 해친다는 판단에서다. SK에너지는 경영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연봉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연봉제를 도입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직급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무늬만 연봉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21일 서울 역삼동 세일아트홀에서 개최한 '성과주의 연봉제 특별세미나'에는 이런 기업들의 고민을 반영하듯 주요 기업 인사 담당자 100여명이 몰렸다. 행사를 주최한 능률협회컨설팅 한창모 치프컨설턴트는 "연봉제 도입 기업들을 보면 부장급,과장급 등 직급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 불황과 맞물려 실질적인 성과주의 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은 찬성하지만 조직원들의 반발이 거세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성과주의 연봉제를 도입한 기업 담당자들은 이에 대해 "직무에 요구되는 성과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조직원들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매년 3월이면 모든 직원들이 팀장과 함께 자신의 1년 목표를 세우고 분기에 한 번씩 목표달성률을 점검,이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 DHL코리아는 모기업인 DHL이 30년간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 놓은 100여개 직무에 따른 성과가 명확하게 규정된 연봉제를 도입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호봉제와 연봉제의 장점을 접목시켰다. 직급별 최저연봉 및 상한액을 만들고 그 안에서 차등을 두는 시스템이다. 1급의 경우 상한연봉이 7467만원,최저연봉이 5417만원이다. 한국관광공사 박종선 과장은 "성과가 낮아도 최저 연봉은 보장되기 때문에 반발이 덜했다"며 "완전한 성과주의 연봉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 단계"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