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배우자가 회사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집안일을 챙기는 '헤라형' 내조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영자 대상 사이트인 '세리CEO'(www.sericeo.org) 회원 488명을 대상으로 '가장 큰 힘이 되는 내조의 유형'을 물어본 결과 55.3%가 '헤라형'을 선택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로 결혼과 출산을 관장하는 가정의 여신이다. 이번 설문에서는 살림과 자녀 교육 등 집안일을 묵묵히 완수함으로써 남편이 회사 일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유형으로 제시됐다.

그 다음으로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테나형'(19.1%)과 실의에 빠졌을 때 힘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니케형'(12.3%)이 배우자의 성공을 돕는 내조의 유형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맞벌이나 처가의 후원 등 경제적인 방법으로 남편을 돕는 '데메테르(풍요의 여신)형'과 아름다운 외모로 삶에 활력을 주는 '아프로디테(미의 여신)형' 내조에 대한 선호도는 낮았다. '데메테르형'과 '아프로디테형'이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각각 2.7%와 2.3%에 불과했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주인공인 '천지애식 내조'도 CEO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에서 천지애는 남편 상사의 집안일까지 챙기는 맹렬 내조를 펼치지만 이번 설문에서 이와 비슷한 유형인 '이리스형 내조'에 대한 선호도는 1.6%에 그쳤다. '이리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중재의 여신이다.

또 응답자의 98%는 '배우자의 내조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답해 배우자의 도움이 사회적 성공에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두희 삼성경제연구소 컨설턴트는 "CEO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가정에 소홀하기 쉬운 만큼 자신을 대신해 집안일을 잘 챙겨 주는 배우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편 여성 CEO 회원 중에서는 전체의 41.7%가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형' 외조가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대답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