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쓰루하시 코리아타운 손님 '반 토막'
"불경기ㆍ엔고에 이젠 신종플루까지…"

"불경기에 엔고(円高)가 겹치더니 이젠 신종플루까지 극성을 부리네요. 정말 못살 지경입니다."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에 이 지방 최대 도시인 오사카의 한인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9일 밤 오사카 중심가 이쿠노구(生野區)에 위치한 쓰루하시(鶴橋) 코리안 타운은 평소에 비해 눈에 띄게 썰렁했다.

쓰루하시 역 주변의 상점가는 한국 불고깃집과 음식점이 밀집해 있고 김치를 비롯한 한국 식품과 의류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남 상인들은 "손님 수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저마다 울상을 지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엔화가 강세를 띠며 한국인 관광객수도 대폭 줄어서 작년 이후에는 (장사가) 좋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신종플루까지 덮치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쓰루하시 코리아타운은 당초 오는 24일 봄 맞이 축제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이 지역에서 신종플루 감염자가 계속 늘자 행사를 5일 남겨둔 19일 축제 취소를 결정했다.

신종플루 공포가 길어지며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업종은 여행 업종이다.

한인 사업가들이 주로 종사하고 있는 무역업체들은 아직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고 있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트라(KOTRA) 오사카 무역관 관계자는 "관광업의 타격이 가장 크다.

일본으로 오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줄었지만 일본인들이 외국 여행을 자제하는 통에 한국으로 향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크게 줄었다"며 "다른 업종은 당장 큰 동요는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 오사카 AT센터의 노태학 지사장은 "시민들이 외출 자체를 삼가하고 있기 때문에 외식업체의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아무래도 한국산 농산물의 일본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만큼 한국 업체들이 심각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오사카는 도시 전체가 잔뜩 위축돼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 백화점, 스포츠 경기장 등 공공 장소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대부분 마스크를 쓴 모습이다.

19일 저녁 오사카돔에서 열린 야구 경기의 관객수는 올해 최저인 1만 명을 기록했다.

풍선을 불었다가 경기 시작과 함께 하늘로 쏘아 올리는 일본 야구 특유의 응원전도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한 주최 측의 자제 요청으로 모습을 감췄다.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휴교에 들어가며 거리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며 난바(難波)나 니혼바시(日本橋), 오사카역 주변 등 환락가의 밤 풍경 역시 평소와 다르게 한산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20일 출근길에 만난 한 택시기사는 "밤 시간대 손님이 평소의 3분의 1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

이 정도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조류 인플루엔자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고 말했다.

감염 공포가 확산되며 예상치도 못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시민 활동이 위축되며 오사카부(府)의 헌혈센터에는 헌혈 혈액의 양이 평소의 절반에 못 미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갑작스럽게 유아원, 탁아소가 휴교하자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느라 곤란을 겪고 있다.

(오사카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