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

지난 4월 도쿄대 대형 강의실 앞에는 'LG전자'라고 씌여져 있는 대형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R&D(연구 · 개발) 담당자를 선발하기 위해 LG전자 직원들이 일본으로 출동,현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입사 설명회를 벌인 것.이 행사에는 LG전자 지원자와 도쿄대 추천자 등 3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본도 경기 침체로 취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R&D를 담당할 쓸 만한 석 · 박사급 인재들을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순방한 대학은 도쿄대,오사카대,교토대 등 총 10곳에 달한다. 일본 대학원생의 합격 여부는 면접 등이 마무리되는 오는 하반기에 확정된다. 회사 관계자는 "유능한 인재가 들어오기를 앉아서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꾸준히 대학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LG맨을 입도선매하라

LG는 대학생들에게 공을 많이 들이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학을 찾아가 벌이는 입사 설명회는 일년 내내 일정이 잡혀있다. 우수한 인재를 입도선매하려면 기업이 먼저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게 LG 계열사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R&D 분야 석 · 박사 인력을 뽑기 위한 설명회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학에서도 이뤄진다.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풀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계열사별로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미완의 대기'들을 일찌감치 뽑아 교육을 통해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 2~3학년생들을 선발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 성과가 좋은 대학생들은 정식 디자이너로 채용되며 해외연수 등의 특전도 주어진다. LG전자는 다음달 교육을 받고 있는 20명의 대학생 중 일부를 '영재급 디자이너'로 선정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수준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다"며 "영재급 디자이너 선발인원을 조금씩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LG화학에는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2C산학장학생 제도'가 있다. 화학,기계,전자 계열 이공계 학부생을 뽑아 장학금을 주며 맞춤형 교육을 시킨다. KAIST와는 이공계 석 · 박사급이 타깃인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LG이노텍은 2004년 '전남대-LG이노텍 연구개발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LG이노텍 전공트랙'을 마치면 LG이노텍에 입사할 수 있다.

◆열정 갖춘 인턴은 정식 사원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계열사들도 수두룩하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 정식 사원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많아 다른 기업보다 지원자들이 많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LG텔레콤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씩 대학생 인턴 사원을 선발한다. 인턴으로 뽑히면 45일간 현장에서 일하며 업무 수행능력과 조직 적응력을 평가받는다. 도전정신과 열정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우수한 성적을 받은 인턴은 정식 사원으로 선발된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말 동계 인턴 프로그램에는 6385명의 대학생이 지원,12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LG이노텍도 2007년부터 대학과 연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인하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이 LG이노텍의 파트너다. 학교의 추천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간의 현장실습을 시킨 후 성과가 뛰어난 학생들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다. 선발된 학생에게는 1년간 장학금을 지급하고 해외법인 견학 기회도 제공한다.

◆공모전과 사회공헌의 키워드는 대학생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공모전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여름방학 기간 중 약 2주일에 걸쳐 해외 산업현장을 탐방하는 'LG글로벌챌린저'를 들 수 있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1995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15년째를 맞는다. 활동 성과가 우수한 참가자 24명에게 LG 입사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우수 보고서를 제출한 팀에게 별도로 지급하는 상금도 총 3200만원에 달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