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새 배당예규 7월부터 시행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일으킨 신영철 대법관 사태를 계기로 각급 법원장이 행사해온 배당 재량권이 크게 제한받게 됐다.

대법원은 18일 자동배당 예외 조항을 줄이는 내용의 배당 예규 개정안을 공개하고, 일선 판사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서는 `관련 사건, 쟁점이 동일한 사건, 사안이 복잡하거나 다수의 이해관계인 또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등은 배당 주관자가 사무분담의 공평을 고려해 적절히 배당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법원 안에서는 이 조항이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어서 배당권을 가진 법원장이 중요 사건을 마음대로 배당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대신해 개정안에는 "먼저 배당된 사건의 관련 사건이 접수된 경우에는 먼저 배당한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에 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비슷한 사건이 여러 건 잇따라 법원에 넘어올 경우에도 첫 사건만큼은 반드시 자동배당으로 재판부를 정하고, 이후 접수되는 경우에 한해 앞서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자동배당을 했는데도 우연히 한 재판부에 어려운 사건이 몰려 업무상 불균형이 생기면 "배당권자가 관계되는 재판장들과 협의를 거친 후 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는 업무 균형을 맞추려는 선의의 차원이라도 사건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재판부와 협의하고 나서야 비로소 임의배당을 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법원장들에게는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법원은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적시처리 중요 사건'의 배당과 관련해서도 "법원장이 관계 재판장들과 협의를 거친 후 재판부를 지정하거나 배당 배제를 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집회 사건 처리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는 이유로 초기에는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다 나머지 단독판사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골고루 사건을 배당하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관련 사건 96건 중 61건이 무작위 배당됐을뿐이고, 25건은 일부 재판부를 배제한 가운데 자동배당됐고, 10건은 특정 재판부에 지정배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지정 기준이 모호하고 신 대법관이 납득할 설명을 하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춰 배당 예규의 취지를 벗어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공직지윤리위는 "일관되지 못한 기준에 의한 배당은 부적절한 배당권 행사로 볼 측면이 있으나 직무상 의무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