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시행 1년3개월만에..신고 '혼선', 진화 지체 '우려'

"산불을 신고하려고 하는데요", "산불신고는 받지 않고 산악구조 신고만 접수합니다"
14일 오전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불신고 전용전화번호(☎1688-3119)로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다급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무덤덤한 직원의 목소리만 들려 왔다.

산림청이 2007년 10월 "전국 어디서나 신고할 수 있다"며 목청을 높여 홍보하고 나섰던 산불신고 전용전화번호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산림청이 지난 1월 신고 건수가 거의 없는 등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산불신고 접수를 전격 중단했기 때문이다.

시행 1년 3개월만이다.

산악구조 신고전화로는 활용하고 있지만 산불을 책임져야 할 신고전용전화가 없어진 것이다.

창원시청과 경남도청은 물론 전국 지자체 산림담당 공무원 대부분이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창원시청의 한 산림담당 공무원은 "산불이 나면 119로 전화하거나 시청 재난관리과나 당직실로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산불신고에 혼선이 빚어져 신고 자체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신고자가 소방서 119로 전화하면 소방서가 다시 지자체 산림부서로 연락한 뒤에야 초기 대응이 시작돼 촌각을 다퉈야 할 산불 진화가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남도의 한 소방공무원은 "산불의 경우 산림당국과 지자체가 신고부터 진화까지 맡아 하는 게 기본 업무체계이며 소방서는 지원 부서로만 진화를 돕게 된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에서는 올들어 지금까지 모두 119건의 산불이 발생해 임야 55.05㏊가 불에 탔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6건, 26.28㏊에 비해 배 가량 는 것으로 나타나 예방 노력과 함께 재빠른 산불신고는 오히려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그동안 세 자리 혹은 네 자리 산불신고 전용전화번호를 확보하려고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며 "그나마 독립적인 산불신고 전화번호를 확보해 이른 시일내에 정착시키려 했으나 당초 목적과 달리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산불신고 전화를 119와 통합운용하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