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 단독판사들이 14일 판사회의를 열어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빚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대법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그의 사퇴를 촉구하지는 않기로 했다.

동부지법과 북부지법도 15일 판사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소장 판사들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지만 ‘5차 사법파동’으로 이어질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판사회의는 이날 오후 6시30분 단독판사 116명 중 88명이 참석한 가운데 5시간 동안 열렸다.이날 회의는 당초 9시쯤 끝날 예정이었으나 신 대법관이 대법관으로서 업무를 지속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논의에 대해 격론이 벌어지면서 자정이 넘어서야 끝났다.

판사들은 신 대법관이 촛불집회 피고인의 보석 허가 자제 언급이나 신속한 재판 진행을 주문한 것이 재판개입 행위이며 이용훈 대법원장의 경고와 신 대법관의 사과가 사태해결에 부적절하다고 결론내렸다.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지는 않기로 했지만 그가 대법관으로서 직무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데 다수의 의견을 모아 사실상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판사들은 또 재판권 독립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연구모임을 발족하기로 결의했지만 이같은 결의 내용을 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에 보고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법도 이날 오후 1시 단독판사 33명 중 29명이 참석한 가운데 판사회의를 열고 “신 대법관의 행위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것처럼 ‘사법행정권의 일환’이 아니라 명백한 재판권 침해로 위법하다”며 “신 대법관의 사과 발표가 이번 사건의 파문을 치유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그러나 신 대법관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추후 지속적인 논의를 펼쳐나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동부지법 단독판사들은 23명 가운데 15명의 요구로,북부지법은 단독판사 26명 가운데 과반수 요구로 15일 회의를 개최해 신 대법관의 거취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 대법관에 대한 사퇴압력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정진경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촛불재판을 둘러싼 정치적 사건에서 비롯돼 국민의 반은 법관의 집단행동에 반대할 것”이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임도원/서보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