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세계 30개국에 61명의 사망자와 5251명의 감염자(WHO 통계)를 낳으며 확산일로에 놓인 인플루엔자A(H1N1·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과학자들의 연구 중 실수에 의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의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제약회사 로슈와 함께 인플루엔자 백신 ‘타미플루’를 개발했던 호주의 과학자 애드리언 기브스(75)씨는 12일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과학자들이 균을 배양하고 제약회사들이 백신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알에서 생성됐을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기브스씨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바이러스의 근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고 며 “이를 단순히 설명하자면 연구실에서 (바이러스가) 새어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의 전세계 대유행 질병 사례인 1977년의 ‘러시안 플루’도 바이러스가 연구실에서 유출됐기 때문이라는 과학자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지난 11일 “WHO는 지난주 이 연구결과를 수신하고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바이러스가 연구실 실험 또는 백신 개발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면 더욱 철저한 보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 WHO 협력 인플루엔자 연구기관에 검토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마리아 잠파글리오네 세계동물보건기구 대변인도 “기브스의 연구결과를 받아 WHO와 함께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브스는 “바이러스의 근원지를 찾아냄으로써 과학자들은 세균의 확산 가능성과 질병의 원인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과학자들에 의해 고의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는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근 10여 년 동안 북미와 유럽 지역 돼지들 사이에 떠돌던 두 가지 바이러스의 변이라는 과학자들의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결과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일반적으로 돼지에게서 검출되는 바이러스의 3배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는 돼지의 체내 밖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연구 내용을 검토한 결과 기브스의 결론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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