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검사와 편하게 얘기하다 말실수로 하지 않아도 될 국세청장 인사청탁 사실을 자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건평 씨는 "박연차 씨의 부탁을 받고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에 대한 인사청탁을 한 것을 굳이 왜 검찰에서 밝혔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설명이 곤란한데 검사와 대화하다 그냥 즉흥적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세종증권 매각 비리로 구속된 건평 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사건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받을 당시 검사와 편하게 얘기하던 중 김 전 청장의 인사청탁 얘기를 `툭' 꺼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검사에게 동생(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부탁했는데 낯이 안 섰다는 얘기를 했고 이후 정식으로 조서를 작성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오늘 법정에서는 소극적으로 답변하느냐"고 검찰 조사 때보다 청탁 횟수 등을 줄여 말하는 건평 씨를 압박했다.

건평 씨는 법정에서 "청와대와 고향에서 두 번 정도 동생에게 김정복 씨 얘기를 했던 것 같다"며 "동생이 처음에는 검토해 보겠다고 하더니 다음에는 심사 기준에 따라 하는 것인데 어려운 것처럼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부탁을 떠나 김정복 씨에 대해 동생과 상의를 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부탁이 돼 버렸다"며 "(노 전 대통령의 반응이) 좀 싸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2004년 12월17일 서울 S호텔 중식당에서 김정복 당시 중부지방국세청장 및 박 전 회장 등과의 부부동반 모임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50만원 짜리 상품권 200장, 1억원 어치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상품권을 받았을 당시에는 김 전 청장이 국세청장 후보로 거론되지 않고 있었다"며 직무 관련성을 부인함에 따라 지난 공판 때 이를 반박할 증인으로 건평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