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권양숙 여사가 2007년 9월 아들 노건호씨 몰래 딸 정연씨측에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40만달러를 보내 미국의 주택을 계약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권 여사는 당시 미국 MBA 유학중이던 건호씨가 한국에 돌아와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멍에를 갖고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미국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어미로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다보니 집을 구해주자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권 여사가 건호씨에게 이런 뜻을 전했으나 건호씨가 `집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식으로 강하게 거부하면서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자 정연씨를 통해 집을 알아보게 했다"며 "이에 따라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집을 알아봤고 40만달러가 박 회장측으로부터 계약금으로 건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뉴저지주는 건호씨가 미국 유학 때문에 휴직했던 LG전자의 미국 본사가 있는 지역으로, 권 여사는 유학이 끝난 후 건호씨가 뉴저지주에 근무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시 주택 가격은 160만달러였다"며 "권 여사는 잔금은 건호씨가 복직하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기지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그래서 잔금 등 계약 이행시점도 1년을 늦춰 건호씨가 졸업해 직장에 복귀하는 시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호씨는 2007년말 MBA 스터디 투어차 한국에 왔을 때 권 여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건호씨는 '왜 이런 일을 했느냐'는 식으로 반대했고 권 여사는 '모른 척하고 있어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건호씨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주택 구입에 반대하는데다 실제로 졸업 후 직장이 뉴저지가 아닌 샌디에이고로 발령이 나면서 주택 계약건은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측은 주택 계약금으로 들어간 40만달러가 권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수수한 100만달러에 포함된다며 추가 수수가 아니라고 재차 주장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존에 박 회장이나 권 여사의 진술이 100만달러를 모두 국내에서 받았다고 했기 때문에 검찰도 충분히 추가수수라고 의심할 만하다"며 "그러나 검찰도 이 부분은 선입견 없이 진실을 가린다는 자세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주길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은 "박 회장이 검찰에서 100만달러를 전액 국내에서 전달한 것처럼 진술해버렸기 때문에 권 여사도 해외 송금 부분을 먼저 말할 수 없는 처지였고 해외 송금 건에는 딸이 관련돼 있어서 앞서서 밝히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