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와 서울 한강 사이 들판이 새로운 물길로 조성되는 경인운하시대(경인아라뱃길)가 열린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6일 경인아라뱃길 시천동 현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서울시와 경기도,인천시 등 3개 광역 자치단체장 및 지역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보고회를 갖고 오는 6월부터 운하건설 공사에 본격 착수한다고 공식 밝혀 '경인아라뱃길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 사업은 인천 서구 경서동과 서울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 간 18㎞를 뱃길로 연결하는 물길 조성공사.현재 방수로 확장공사(공정률 92%)를 진행 중인 굴포천 방수로 구간(굴포천~서해) 14.2㎞에다 한강 쪽으로 3.8㎞만 파면 운하가 완성된다. 뱃길 구간은 인천공항고속도로 주변인 서구 백석 · 검암 · 다남동,계양구 둑실 · 상야동 등을 거쳐 김포대교와 행주대교 사이 한강으로 연결된다.

굴포천은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부천,서울 강서구,그리고 김포시를 가로질러 한강으로 흐르는 길이 21㎞의 지방 하천.정부는 1987년 7월 굴포천 범람으로 인한 대홍수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나자 1992년 종합치수사업으로 굴포천의 물길을 서해로 돌리기 위해 들판을 파내는 방수로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경인운하사업은 IMF 외환위기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난항을 겪어오다 지난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녹색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본격 추진되면서 최근 '경인아라뱃길'로 사업명이 변경됐다. '아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요인 아리랑의 가사 '아라리요'에서 따온 말로 한민족의 멋과 얼,정서와 문화가 흐른다는 뜻이다.

지난 3월 한강과 방수로를 연결하는 1.5㎞ 구간 건설공사가 시작됐다. 다음 달부터 터미널,교량 등 주요 공정에 착수해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2조 2500억원을 투입한다.

경인아라뱃길에는 '수향 8경(水鄕八景)' 등 다양한 친수공간 및 친환경 쉼터와 함께 화물선과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경인항구도 건설된다. 운하 시 · 종점인 인천 서해와 김포지역(한강) 항구에 각각 9개 선석이 들어설 수 있는 총 18개 부두가 설치된다. 각 터미널에는 배후물류단지도 조성한다. 여기에는 화물창고 및 가공 · 조립 · 유통시설이 들어서며 터미널을 기점으로 4차선 제방도로도 건설된다. 경인운하를 횡단하는 교량도 모두 12개가 설치된다. 뿐만 아니라 인천터미널 갑문 3기 중 1기가 레저용으로 설치되고,김포터미널에는 요트 등을 즐길 수 있는 마리나부두도 들어설 전망이다. .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은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수향 8경,자전거도로,녹지공간 등 다양한 친수공간과 친환경쉼터를 조성해 국민의 삶을 한 단계 높이고 세계적인 명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수향 8경'은 경인아라뱃길 주변에 들어설 친수 공간으로 모두 8곳.이들 공간의 이름은 '물가에 아름다운 곳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 강촌마을이란 뜻의 '수향(水鄕)'으로 지었다.

'수향 8경'은 서해(1경)를 시작으로 동쪽으로 차례로 번호를 붙여 한강(8경)에서 끝난다. 인천터미널(2경)에는 여객터미널과 운하체험 테마공원,사천교 주변(3경)에는 경관 교량 · 선착장 · 수변데크,4경인 리버사이드 파크는 인공폭포 · 수변 카페 · 전망대 등으로 꾸며진다. 5경인 만경대는 전통정원 · 대숲정원 · 선착장이 어우러져 한국 전통의 미를 살린다. 운하 주변에 만들어질 생태공원(6경)은 생태습지와 생태체험장,어류 서식처를 조성해 체험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인아라뱃길은 홍수 예방은 물론 4000t급 선박이 인천 서해에서 한강까지 화물을 실어나르는 등 물류체계 개선과 수도권 교통난 완화에 큰 몫을 할 것"이라며 "2012년 이후에는 중국과 용산을 오가는 여객선도 운항해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창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의 화물과 인천항만으로 들어오는 화물을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김포,서울로 수송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에 비해 1TEU당 6만원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한편 인천시도 경인아라뱃길 건설과 연계한 인천 서북부 개발 계획안을 수립했다. 우선 운하 건설로 남북으로 갈리는 인천 서구와 계양구에는 모두 6개의 교량을 신설한다. 이어 운하가 시작되는 시천동 인근 3만3000여㎡에는 고급 빌리지를,운하 인천터미널 주변에는 50만㎡ 규모의 미니 수변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